‘불법집회 강경대응’ 밝힌 경찰

“살수차 재도입 방안 논의 중”

살수차는 3년 전 사용금지·전량폐차

전날 민주노총 집회선 캡사이신 준비

집회 자진해산에 캡사이신 투입 안돼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에서 민주노총 노동탄압 중단 총력투쟁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에서 민주노총 노동탄압 중단 총력투쟁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불법집회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경찰이 살수차 재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불법집회에 대한 살수차 진압을 재도입하는 방안과 관련,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며 “마지막 살수차 사용이 언제인지 등을 살펴본 단계”라고 말했다.

2015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이후 2018년 헌법재판소도 살수차 일직선 살수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경찰은 집회현장에서의 살수차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경찰은 2020년 1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위해성경찰장비규정)’을 신설해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살수차를 사용하도록 했다. ‘소요사태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는 경우’에만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다. 기존에는 불법집회에도 살수차 투입이 가능했다. 2021년에는 경찰에 남아있던 살수차 19대가 전량 폐차됐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살수차를 재도입한다면) 관련 규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

경찰은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민주노총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대책회의에 참석해 취재진에 시위가 신고된 시간을 초과하거나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등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캡사이신까지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살수차를 재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며 유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은 지난 19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건설노조의 집회를 언급하며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이 강경 노선을 취한 것은 지난달 16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 이후 이를 해산 조치하지 않은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건설노조는 이틀에 걸쳐 서울 세종대로 보도와 서울광장 등을 점거하고 노숙집회를 벌였다.

이에 전날 민주노총 집회에 투입된 기동대는 캡사이신이 든 가방을 메고 참석했으나, 실제 캡사이신 사용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열린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는 당초 신고된 종료 시각을 약간 넘긴 5시20분께 종료됐다. 경찰은 5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스피커를 통해 “지금부터 경찰에서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집시법에 따른 해산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앞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경찰은 폭력 사태를 유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다”며 “경찰청장은 특진까지 내걸고 캡사이신을 쏘라며 날뛰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이 자진해산하면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후 6시30분께엔 민주노총이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 분향소를 경찰이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체포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 인도에 지난달 분신 사망한 양씨 분향소를 기습설치했다. 경찰이 서울시 요청을 받아 강제 철거를 시도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저항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에 경찰은 철거를 방해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청계천에서 경찰청 앞까지로 예정돼 있던 행진도 진행하지 않고 해산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