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삼성전자의 2013년도 4분기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에 그치면서 실적 우려가 현실화됐다. 국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곧 국내 증시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지라도 실적 둔화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고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지나친 불안감 확산은 경계했다.
▶낮아진 기대치에도 못 미친 실적=삼성전자는 7일 지난해 4분기 8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잠정공시(IFRS 연결기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1%하락한 것으로, 증권사들의 전망치(9조7089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증권사들은 최근 한달 새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41% 내리며 쇼크에 대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더 심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둔화되는 반면 이를 만회해 줘야 할 중저가 시장의 마진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시점에서 예전과 같은 높은 가격에 다시 보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큰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경영 20주년’ 특별 보너스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도 영업이익 감소를 불러왔다. 증권업계는 특별 보너스 규모가 7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4년 안갯속에 단기 매수 의견도=예상을 밑도는 실적 탓에 삼성전자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 불안감을 선반영하며 주가가 크게 내렸는데 예상보다도 실적이 나빴다”며 “120만원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올 한 해 삼성전자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40조5657억원으로, 한달 새 7.72%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실적까지 충격파를 던지며 추가로 연간 실적을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속속 감지된다.
삼성전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건 원/엔 환율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IT 등 경기민감주의 실적 호조가 예상됐지만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기업의 반격이 매섭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2012년 상반기까진 원화가 약세여서 삼성전자가 일본 경쟁기업에 승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나친 우려로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성장 모멘텀 둔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순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설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어닝쇼크’는 일회성 비용이 대폭 반영된 결과로, 추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세트제품 재고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 특별상여금, 연구개발(R&D) 비용,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는 일회성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고 메모리가 호조세를 보이며 이익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는 단기 하락이 불가피하나,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실적 기대감이 충분히 낮아지면서 향후 이익 예상치는 달성 가능하게 돼 오히려 경쟁력이 부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또 ‘뒷북’=이날 실적 쇼크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을 추정한 증권사 26곳 가운데 17곳이 실적 발표를 코 앞에 두고 부랴부랴 영업이익을 내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특별 보너스란 일회성 요인을 예상하기 힘들었다”면서도 “삼성전자 실적을 추정할 때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벤쿠버동계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위한 마케팅비, 150%의 상여금 지급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던 2009년 4분기와 판박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이 좀 더 세심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탐방했다면 일회성 비용도 감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