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유럽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P(30)씨는 최근 인터넷은행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가장 저렴하다는 말에 개설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출을 받은 적도 없고,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내부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인터넷은행을 조회해보니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무려 7%대가 나왔다. P씨는 “연초부터 금리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건데, 전혀 (금리 하향을) 체감 못하겠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7%가 넘는 마통을 뚫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 동결되며 시장은 사실상 금리 하향기에 접어들었지만,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신용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곳에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은행에선 대출이 사실상 잘 안 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통 체감금리 여전히 7%대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7개 시중·지방·국책·인터넷전문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마이너스 통장 평균 금리는 5.55~7.59%에 해당한다. 기준금리는 모두 3%대에 머물러있어 신용점수가 950~1000점에 해당하는 최상위신용등급자들은 6% 금리 이내의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아래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원가, 위험프리미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더 붙으면서 평균 금리가 최고 7.6%에 육박하는 것이다.
통상 마이너스 통장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다. 신용대출 중 약정기간동안 약정금액 한도 내에서 수시로 인출 및 상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대출이기 때문에 은행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더 높은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금리는 일반 은행 대출보다 0.5%포인트 더 높다”며 “예를 들어 마이너스 통장을 1억원을 열어뒀는데 이걸 하나도 안 썼다 하더라도 은행 입장에선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이같은 기회비용 때문에 금리가 더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리오프닝이 본격화하는 등 급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찾는 직장인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리 비교 서비스 등을 활용해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더 낮은 은행을 향해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17개 은행 중 두 번째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뱅크(평균 금리 5.59%)의 경우, 마이너스 통장을 뚫겠다는 이들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최근에는 대출을 극히 보수적으로 취급, 많은 이들이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마이너스 통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신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받으며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픽스 추종 신용대출 나오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에만 적용됐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신용대출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코픽스가 기준금리보다도 낮아진 상황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금융채가 아닌 코픽스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7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개발과 취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은행권은 코픽스를 추종하는 신용대출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발표되다 보니 실질 금리를 느리게 따라오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작년처럼 금리 상승기에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코픽스 추종 신용대출이) 더 불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