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당국이 당부한 상생금융 일환으로 지방은행도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방은행 연체율이 올라 취약차주 지원 확대가 오히려 건전성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전날 ‘따뜻한 상생대환 새희망홀씨’ 대환대출을 출시했다. 2금융권 고금리대출을 연 최저 6%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으로, 지원 대상은 연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거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직장인·개인사업자·연금소득자 등이다. 대출가능금액은 제2금융권 대출 잔액 범위 내에서 최대 3500만원까지로, 전 기간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심사 후엔 최대 7년 범위 안에서 할부·분할 상환방식으로 진행한다.
대구은행도 지난달 말 재직기간 1년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까지 5년 범위 내 분할상환 형태로 2금융권 대출을 대환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대환대출 후발주자인 부산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경쟁력을 내세웠다. 대구은행은 7% 초반에서 15%, 경남은행은 교육컨설팅 수료 등 조건을 충족하면 8%(2000만원 한도)를 적용한다.
지방은행들은 이번 상품 출시로 상생금융 실천과 함께 이달 말 출시되는 대환대출 플랫폼 입점 채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최근 지방은행 연체율이 크게 상승한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진 등으로 수익성도 줄어들고 있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대구은행 연체율은 0.54%로 1년 전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부산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 오른 0.33%를 기록했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0.30%)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대출 실적도 좋지 않다. 수익 대부분을 이자 마진에 의존하는 지방은행 특성상 대출 성장성이 악화될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놓칠 수 있다. 대환대출 상품을 계속 운영할 여력이 적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2분기 전분기 대비 2.7% 확대됐지만 3분기 들어 1.6%로 하락했다. 4분기엔 1.7%로 소폭 반등한 뒤 올해 들어 1분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줄어들면서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산은행 대출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55조원이었던 원화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들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잔액이 소폭 증가하면서 55조7000억으로 1.2% 늘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한 대출이 연체될 가능성도 충분히 감안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은행권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업대출이나 PF와 같은 대규모 여신이 아니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소비자들이 대거 몰려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은행 보유 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등 이자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 3월 말 출시된 KB국민은행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에 한 달 만에 1만398건의 신청이 몰리면서 거절 사례가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새희망홀씨 등 정책상품을 꾸준히 다뤄오고 있어 관련 시스템이 이미 자동화돼 있다”며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대출 가능 한도와 금리가 바로 안내된다. 거절된다면 거절 사유도 곧바로 나온다. 지점 영업에 차질이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금융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환대출 상품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2금융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게 더 위험하다”면서 “대환대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