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오늘 아침에 저희가 보스턴에서 일어나 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전격으로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변해 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미 중이던 지난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조세프 나이 석좌교수와의 대담 중 ‘한일관계와 양국 협력’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우리 정부가 먼저 시작했습니다만 일본 정부가 거기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많은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내전 중인 수단에서 교민 28명을 탈출시킨 ‘프라미스’ 작전 당시 한일 양국 대사관의 협력을 언급하며 “몇 달 전이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안 발표 이후, 한일 양국은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돌입했다. 배상안 발표 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물꼬를 튼 ‘셔틀 외교’의 복원은 현재 유력하게 관측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이달 초 방한으로 완성될 전망이다. 일본은 또한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하면서 2019년부터 계속된 한국 대상 수출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일본은 이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일 양국,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은 지난달 30일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이 이달 7~8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부터 시간을 얼마 두지 않고 조기 방한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자세에 부응해 관계 개선을 가속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29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5월 19~21일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립해 온 한일이 관계 개선을 향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어필할 목적도 있다”며 “확장억제 강화를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도 감안해 한일-한미 3개국의 안보 연계의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보협력 구축을 위한 선결 과제로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주로 거론된다. 일본은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사죄’나 ‘반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계기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의 ‘과거사 입장’ 발표가 어느 정도 구체화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논의는 미래 지향적인 ‘후속 조치’들보다 비중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해 나가게 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가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그래서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미래의 협력이 우리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들 간의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를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 과거사 문제와 해결책을 지속하기 위해 검토 중인 조치’ 등을 묻는 일본인 유학생의 질문에 “우리가 현안과 미래를 위해서 협력하는 일은 그때그때 조치로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국민들 간에 얽혀 있는 과거사에 대한 문제는 어떤 한순간의 조치로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리고 그 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이나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