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⑩

한국영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촬영지

120% 내것 만들기..그들이 사는 풍경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정태우(윌리엄)-정우성(벤틀리)의 아빠, 호주 출신 예능인 샘 해밍턴은 “멜버른은 하루에도 4계절이 있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지난 3월 5일 오전, 멜버른 리치몬드 로얄보타닉 가든. 한여름 날씨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지난 3월 5일 오후 멜버른 체리 호수 야영장. 늦가을 날씨

남극을 마주하는 땅끝마을(사우스 포인트) 연안, 테즈마니아 섬과의 사이에 있는 배스해협, 멜버른 도심 주변의 산촌 생태지역, 야라강과 바다, 멜버른이 두 개의 반도를 양팔 삼아 감싸안은 필립만이 상호작용하면서 자주 날씨가 바뀐다. 여름에도 얇은 바람막이가 필요하겠다.

▶날씨 변화무쌍= 12월부터 2월까지는 덥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시원하고, 6월부터 8월까지는 쌀쌀하며, 9월부터 11월까지는 다시 따뜻하다. 겨울은 기온은 낮지 않으나 습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레이트오션로드는 3월 초가을, 다소 추울 수 있다 싶었는데, 가을 점퍼 준비했다가 무더위에 직면할 정도로 멜버른 일대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바꿔말하면 더워도 곧 시원해질 것이고, 추워도 잠시후엔 따뜻해 질수도 있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그늘 밖은 여름, 그늘 안은 가을. 멜버른 날씨.

의류는 편안한 캐주얼(낮)과 스마트한 의류(저녁)를 기본으로 하되, 온도 변화에 대응할 따뜻한 옷도 준비해야 겠다.

남극을 마주하는 바다, 만, 산촌, 야라밸리계곡 등 지형이 얽혀있는 곳이라 수영복과 샌들류 편한 신발, 운동화가 모두 필요하겠다. 사방 차양있는 모자가 좋겠고, 직사광선이 한국보다 강하므로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가 필요하겠다. 그늘아래는 가을, 직사광선 앞에선 여름이다.

전기 어댑터(240V)를 가져가야 한다. 110v처럼 생겼지만 240v에 맞게 여덟팔(八)자로 돌려지는지 확인하자. 4월 현재 멜버른은 가을, 우리는 봄인데, 기온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겠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멜버른 도심 마천루와 13개 노선 기찻길이 놓인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철로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멜버른 마이키카드 충전 키오스크

▶사통팔달 교통= 멜버른의 대중교통은 서울 보다 편리하다. 20개가량의 메트로 노선, 10개 가량의 하이웨이가 교외로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프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은 아주 오래된 기차역으로, 만남의 장소인 시계탑으로 유명하고, 서던 크로스는 현대화된 허브역할의 기차역이다.

아마 세계 대중교통 편의시스템 빅5 도시를 꼽는다면, 멜버른, 서울, 프라하, 싱가포르, 런던 쯤 되겠다. 멜버른에선 트램, 교외기차, 버스 모두 멜버른 ‘마이키 카드’를 이용할 경우, 매우 편리하고 저렴하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마이키카드 하나면, 시골스런 곳 까지 값싸게 갈수 있는 멜버른 메트로

도심 구역에 프리트램존이 있는데, 여기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래도 탈 때엔 마이키 카드를 대는게 좋다. 지리에 익숙치 않아 무료 구역 즉 ‘존1’을 벗어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트램존을 벗어나려고 할때 미리 안내방송을 해준다.

가장 오래된 35번은 프리트램존만 다닌다. 100년전 목재 인테리어로 된 고풍스런 트램이 아직도 운행중이다. 당연히 무료이다. 고색창연한 이 트램이 만약에 유료라면, 1회탑승에 5000원 정도 줘야 할 것 같은, 특별한 체험이다. 현지인들은 이 트램이 와도 일부러 스킵하는 것 같다. 과연 타보니, 세계각국의 관광객들만 득실거린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공짜 35번 트램은 100여년 역사를 자랑한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서던크로스에서 파켄엄까지 20정거장을 가는 멜버른 메트로 블루라인

주말에는 하루종일 단 돈 5800원(6.7호주달러)으로 교외 노선, 단거리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0개 가량의 교외 노선은 각각 20여개 역을 보유하는데, 무려 36개 역을 거치는 노선도 있다.

​호주 멜번에서 사용하는 마이키 카드 구입 비용은 6호주달러, 우리돈 5200원이다. 현지 거주가 아니고 여행자라면, 필요한 여정을 구상한 뒤, 적당히 하루 10달러 이내로 충전하면 되겠다. 주말이 끼면 더 싸다.

마이키 카드는 요금 타입에 따라 마이키 머니(Myki money)와 마이키 패스(myki pass) 두가지 요금제가 있는데, 여행자들은 두 말 없이 마이키머니를 선택하면 된다. 카드는 편의점이나 지정된 역, PTV 허브 등 에서 구입 및 충전 할 수 있다.

온라인 혹은 전화로도 구입해 배송받을 수 있다. 카드 구입 후 마이키 카드를 등록해 온라인으로 충전하거나 이용내역 및 잔액 등을 확인한다. 일정 금액 이하로 남는 경우 자동으로 충전이 되도록 설정하면 되겠다. 안전빵은 역에 가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멜버른의 멋진 아줌마.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외국 대도시는 물론 호주 내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여유로운 멜버른 사람들의 소풍

▶골드러시로 제1도시 군림= 영국이민자 호주 입성과정은 1800년 전후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 등 갈등과 충돌이 적지 않았다. 초기 상륙지 서부의 다윈이나 쿡 선장이 처음 도착한 동부의 시드니에서는 유혈 충돌이 많았고, 늘 총을 든 영국 원정대의 승리였다.

이에 비해 멜버른은 평화로운 편이었다. 1803년 멜버른에 상륙한 영국인들은 1835년 원주민으로부터 약 24만ha를 사들여 영국문화의 이식을 본격화했다. 1842년에 도시명을 당시 영국 총리이름으로 붙였다. 멜버른경은 빅토리아여왕의 최측근이었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빅토리아주립도서관 앞 잔디광장에서 느껴지는 멜버른의 자유

1851년에는 서쪽 약 100㎞에 있는 밸러랫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일어났으며, 이후 무역업, 제조업이 발달해 호주 제1도시에 쉽게 올랐다. 밸러랫은 지금 금광민속촌 처럼 코스프레 관광지로 꾸며놓았다.

멜버른은 19세기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최대의 도시로 군림, 1901년에 연방수도가 되었으나 1927년에 시드니와의 협상 끝에 소도시 캔버라로 수도를 내주었다.

농산물 가공 외에 자동차·전기기계·항공기·화학공업·석유정제·금속·직물 등의 공업이 발달해왔다. 19세기 이래 공회당·주의회 의사당·법원·도서관·대성당·대학 등의 대규모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도 관청가·오피스가·쇼핑가가 형성되어 있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멜버른 도심 강남 보다, 근교의 집들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자동차 딜러들이 많은 버윅의 웬만한 집에는 캠핑용 캐라반이 있다.

▶장롱 속에도 돈 많은 도시= 그럼에도 멜버른 시내에만 2400ha에 이르는 공원과 녹지대가 있는 ‘숲의 도시’이다. 빌딩숲 사이 골목 골목에도 큰 화분을 두어 그린 빅토리아를 구현하고 있다.

호주 여러도시 중에서 멜버른 시민들은 장롱속에 돈이 많은 부류이다. 치열하게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이 덜하며 여유롭다.

느긋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음식, 스포츠 그리고 문화의 교차 혼합, 엔터테인먼트, 쇼핑, 유산과 예술까지 다양하게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호주 오픈 테니스, 호주 F1 그랑프리, 멜버른 스프링 레이싱 카니발, 국제 블록버스터 전시회가 열리는 등 볼거리, 놀거리, 창의적 예술에 관심이 많은 도시이다.

물론 호주 빅토리아주는 1990년대말 IT붐때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던 지방자치단체였다. 한국이 IT붐에 성공한 이후에도 한동안 ICT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기도 했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렇지, 결심 만 하면 뭐든 이뤄내는 시민들인 것이다.

멜버른은 최근 여러 조사에서 이민자들의 선호도시 1위에 올랐다. 그래서 멜버른의 인구는 크게 늘고 시드니의 인구는 점차 줄어, 현재 두 도시가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호주 현지인들은 멜버른이 수년 후에 제1도시의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함영훈의 멋·맛·쉼]
도심 부럽지 않은 근교의 부촌 샌드링엄

▶부동산 시세 등= 멜버른 부동산가격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가 조정중이다. 부의 척도는 수영장이었다가 이제는 테니스장이다. 부촌은 시티 동부지역 투락으로 위치는 서울로 치면 강동구쯤 된다. 투락은 방 3~4에 대지 240~250평 되는 곳이 35억원 정도이므로, 서울 강남권에 비해서는 싼 편이지만, 멜버른 도심 보다는 비싸다. 도심에서 20여㎞ 떨어진 샌드링엄 등지도 부촌에 속한다.

멜버른 중심가 집 한 채 가격은 대체로 9억~10억원 한다고 한다. 서울 중형아파트 한 세대가 평균 14억원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서울보다는 저렴하다.

청정 생활환경 구현을 위해 흡연 철퇴 정책에 나섰다. 담뱃값은 4만5000~5만원으로 비싸고, 이는 국민적 금연실행 증가로 이어졌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류이고, 시민 중에는 연초를 구입해 종이에 말아피는 사람도 있지만 흡연율은 10명 중 1명 대이다.

멜버른 한인타운은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와 퀸즈 스트리트의 교차점 부근과 빅토리아 마켓 주변에 형성되어 있다.

멜버른 공항은 3개인데, 시티에 있는 것이 툴라마린 국제공항이다. 시티 남서쪽 질롱 쪽으로 가다보면 있는 아발론은 국내선으로 활용하면서 일부 국제구간도 있다. 경비행기는 시티 남동쪽 브라이튼-햄트 해변 인근 무라빈 공항에서 한다. 최근 질롱 인근 아발론에서 에어쇼가 있었는데, 한국 블랙이글팀이 참가해 최우수 성적을 거뒀다. 멜버른에서 한국인탐방단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위하여!”라는 건배소리가 빅토리아주를 흔들길래 물어보니 에어쇼 한국스태프들이었다. 〈계속〉

▶멜버른 여행 글 싣는 순서= 〈3월18일〉 ▷호주 멜버른 감동여행, 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 문화·예술·축제의 중심 V미술관·F광장 ▷질롱, 빅토리아주 2대 도시의 한국사랑 〈3월19일〉 ▷캐세이퍼시픽 특가로 호주여행..팔방미인 멜버른 여행 리스트 〈3월21일〉 ▷추억을 싣고 청정지역을 달리는 ‘퍼핑빌리 증기열차’ ▷그레이트 오션로드① 멜깁슨이 반한 ‘이곳’…남극의 파도와 서핑·코알라가 반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② “파도의 침식이 빚어낸 웅장함”…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포트켐벨 ▷다채로운 멜버른을 몰라봤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지면〉 ▷옛 영화 한 장면처럼...추억 싣고 나무다리 달리는 증기열차〈지면〉 ▷남극 바람이 말을 걸어오는 곳, 그레이트 오션로드〈지면〉 〈3월24일〉 ▷멜버른, 호주에서 가장 핫한 도시..메리어트 1000번째 호텔 호주 첫 리츠칼튼 멜버른 등장 〈3월28일〉 ▷이민박물관에서 울던 원주민 여학생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필립섬 펭귄들의 밤 퍼레이드 ▷금광 노동자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4월6일〉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산꼭대기 노천 온천의 감동, 모닝턴 매력 벨트 〈4월12일〉 [도심 랜드마크 여행] ①“멜버른 탐험 플린더스 역으로 가라” ②에펠탑·런던아이 닮은 멜버른 명물들 ③“열공 불가피” 웅장한 멜버른도서관 〈4월20일〉 ▷멜버른 골드러시 시간여행, 그램피언스 에코투어 ▷캥거루 호주머니가 있어서 호주라고?-호주에만 사는 동물 만나는 곳 ▷호주 제1도시 비상 목전, 멜버른 풍선여행 〈4.27〉 ▷신비의 붉은 모래..멜버른 두 개의 로얄보타닉 가든 ▷멜버른 샌드링엄 석양, 체리호의 낭만..현지인의 핫플 ▷멜팅 멜버른, 누구든 맞는 음식, 커피천국, BYO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