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주총서 인적분할 안건 가결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에 ‘큰 손’ 찬성표 던져
동국제강·대한제강 등 인적분할 주총 관심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주요 기업들의 인적분할 이슈가 2023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는 가운데 OCI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면서 주총 관문 통과에 성공했다.
이로써 OCI는 올해 인적분할을 시도한 상장사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게 됐다. 아울러 다른 기업들의 인적분할 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OCI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수 중 57%가 참석해 출석주주 80%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전날까지 진행된 전자투표에서 참여 주주의 약 80%가 인적분할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 안건은 전체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당초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인적분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번 안건 통과가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등이 대거 찬성하면서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큰 손’ 국민연금이 인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OCI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35%에 달한다. 현 오너경영인인 이우현 OCI 부회장(5.04%)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보다 지분율이 높은 최대주주다.
OCI가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들을 설득한 비장의 카드는 자사주 소각이 꼽힌다. 백우석 OCI 회장은 주총 질의응답에서 “분할계획을 공시한 후 지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최소 요건에 해당하는 30만주를 매입했다”면서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사협의회 산하 독립적회의체로 출범한 지배구조자문위원회도 입장문을 통해 “OCI가 주주환원정책의 하나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포함시켰고,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은 주주환원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인적분할로 인한 ‘자사주 마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자사주 마법은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기존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는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로 자사주 몫만큼을 배정받는다.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인적분할을 시도했던 현대백화점의 경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안건 통과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경우) 만약 분할 전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인적분할을 주총을 앞둔 대한제강, 동국제강, 조선내화 등 다른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대한제강은 철강사업 투자회사 디에이치오(지주회사)와 철강회사 대한제강(사업회사)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동국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해 열연사업와 냉연사업을 각각 담당하는 동국제강(사업회사), 동국씨엠(사업회사) 등 총 3개 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오는 5월 임시 주총에서 상정한다. 조선내화도 조선내화홀딩스(지주회사), 조선내화(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의 인적분할 안건을 주총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기준 소액주주 비중은 55.62%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5.99%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