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회사에 예금 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하를 예금한 고객이 전체의 9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금융권인 은행에도 불안감을 느껴 고객의 97.8%가 5000만원 이하로 예금을 넣고 있었다.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전체의 98.1%였다. 이는 금융회사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예치금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거의 모든 일반 고객이 현행 예금보호 한도 내에 있다는 의미여서 급격한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대부분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은행이 전체의 97.8%, 금융투자회사가 99.7%, 생명보험사가 94.7%, 손해보험사가 99.5%, 종합금융회사가 94.6%, 저축은행이 96.7%였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통령령은 현재 예금자 보험금 지급 한도를 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부보 예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843조원이며 보호 대상 회사는 287개사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부보 예금은 89조원이 늘었고 보호 대상 회사도 3개사가 증가했다.
예금보험료율은 은행이 0.08%,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가 각각 0.15%, 저축은행이 0.40%이며 저축은행은 계정 적자 상태다.
예금보험기금 보험료 수입액은 2018년 1조7940억원, 2019년 1조8445억원, 2020년 1조9566억원, 2021년 2조347억원, 지난해 2조2089억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22년째 제자리인 예금 보호 한도를 올리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5000만원 한도의 예금 보호액을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뱅크런’ 등 예금자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제도 개선에는 동의하면서도 한도 상향 등을 법률화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제도로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금 보호 한도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어 비상 상황 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예금자보호한도, 목표 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주요 개선 과제를 검토해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