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아끼자고 수백억 부담?” 반갑지만 않은 2금융권 지급결제 허용[머니뭐니]
금융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서정은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증권사 등 2금융권에 지급결제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며 유불리를 따지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지급결제 사업을 해보지 않았던 보험사들은 은행 자동이체 수수료 감축과 인프라 도입 비용을 저울질하며 향후 발전시킬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 ‘일단 환영’이지만…수천억 비용 부담에 입장 차 커

“수수료 아끼자고 수백억 부담?” 반갑지만 않은 2금융권 지급결제 허용[머니뭐니]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지급결제 업무에 대한 회원사들의 입장을 취합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은 2008년에 추진했다가 보험업법 개정이 안 되면서 끝났던 사안인데, 은행 과점체제를 깨는 차원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되고 있어 각사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한다”며 “이 자체는 반가운 이야기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선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사 지급결제 겸영 허용 ▷증권사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카드사 종합지급결제 허용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업계와 논의하는 중이다.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업무 허용시 국민들의 편익이 증가하는 등 효용이 크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지급결제 허용 자체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각사의 상황에 따라 속내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지급결제 시스템 참여 비용이 문제다.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업무를 하게 되면 연간 1000억원 이상 드는 은행 자금이체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보험계좌를 만들기 위해 지급결제 인프라 도입·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쓰는 기존 지급결제망에 들어가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 소요될 수 있다. 매년 유지비도 적잖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각사별로 수백억원 이상의 초기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참여를 꺼리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중소형사일수록 그런 부담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급결제망 참여 비용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참여 유인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사도 지급결제 업무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아직 검토를 하지 못했다. 비용 대비 수익성을 따져봐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계 금융지주사 소속인지 여부도 유불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KB 등 이미 은행 계열사가 있는 경우, 은행 자동이체 수수료 절감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생·손보 업권 간 차이도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생보사들은 지급결제 업무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손보사들은 당장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본다. 손보사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보험에서 보험료의 80% 가량이 신용카드로 납부되고 있다.

“수수료 아끼자고 수백억 부담?” 반갑지만 않은 2금융권 지급결제 허용[머니뭐니]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놓여 있다. [연합]

증권사, 숙원사업 실현 기대…법인영업 덜하는 중소형사는 ‘글쎄’

증권사들은 지급결제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미 자본시장법에서는 증권사도 법인·개인 모두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그간 은행들의 반대로 법인에는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지 않았었다. 그간 지급결제망으로 수천억원을 쏟고도 온전히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없었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대표적 숙원사업으로 꼽혔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개인 지급결제가 열려있는 상황인 만큼 인프라, 시스템 등 준비가 다 돼있다”며 “금융소비자 효용 증대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별로 반기는 온도차는 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법인영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보니 효익을 엄청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보험사와 달리 인프라, 기술 등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법인영업을 하는 곳이 있고, 덜 하는 곳이 있다”며 “법인 지급결제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증권사들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29일에 열리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논의 방향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담대 대환대출, 연말 아파트부터 적용…금리경쟁 불 붙는다[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