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정부 여당과 경제단체는 개정안에 대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노사관계 및 국민경제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고, 주무장관까지 나서 재고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은 이러한 각계의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수적 우위만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에 근거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외에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이는 우월적 지위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업주에 대해 종속성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우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란 추상적 표현을 사용한 만큼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청은 자신이 하청근로자의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의 의무를 져야 하는지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 그래서 교섭에 앞서 일일이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문제는 비단 원·하청관계뿐만 아니라 모자(母子)회사관계나 파견, 심지어는 특수고용이나 플랫폼종사자와의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개정안은 합법적인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으로 확장했다. 현행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규정해 향후 권리관계의 설정을 둘러싼 소위 이익분쟁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해고자 복직 등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처리돼야 할 권리분쟁이나 고도의 경영적 판단도 교섭 및 파업의 대상이 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셋째, 개정안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당해 노동조합이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개인에게 귀책 사유와 기여도 등을 따져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개인별 귀책 사유 등을 물어 소송에서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는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어렵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개정안은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의 예외를 불법쟁의에만 허용했다. 피해자가 과실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동 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이처럼 개정안의 쟁점이 많은 만큼 입법에 앞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사용자 및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는 우리나라 노동법제의 특수성에 비춰 더 신중해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이 미국·일본과 달리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며,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파견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원청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사용자 측은 방어권의 무력화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노사형평의 원칙에 입각해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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