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자동차가 내수보다 훨씬 많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한계에 달해 일찍부터 수출시장을 개척해왔기 때문이다. 수출은 지난 2012년 317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내수 168만대, 수출 230만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시장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신규 차량의 50%까지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출 비중 18%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EU(유럽연합)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우리의 수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미국에 연간 수출하는 자동차 94만대 중 47만대를, 또한 2035년까지 EU에 수출하는 연간 40만대 전량을 무공해차로 전환해야 한다. 성공적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출시장을 잃는 것은 물론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산 기반 역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미국, EU 등 주요국들은 무공해차와 관련된 자체 공급망을 확보해 역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 세계적인 산업 대전환기 역내에 무공해차의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만 소재·부품 등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신기술 개발 등 산업 고부가가치화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무공해차를 구입하는 경우에만, 특히 배터리 광물 및 배터리부품 조달 요건을 충족해야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자국 내 전기차공장 투자 시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친환경차 생산시설 전환 시 20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무공해차시장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산업경쟁력 강화와 함께 과감한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 미래차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이 어려운 국내 부품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미래차 산업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차 특별법’을 제정해 선진시장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차는 엔진과 변속기 공정이 사라지는 반면 전자·반도체·SW 등 전장 및 모듈 부품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공정이 간결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노동유연성 측면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52시간제 도입, 제한적인 탄력근로, 파견근로 제한 등 노동유연성을 해치는 각종 정책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쟁력은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국내 생산과 투자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전폭적인 투자 인센티브와 노동유연성 확보를 통해 생산거점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최대 일자리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앞으로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자부심을 키우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그래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무공해차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