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앞으로 30~40년은 기다려야 된다고 여겼는데,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대화 모델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30일 공개된 챗GPT(생성형인공지능)를 사용해 온 뇌과학자 김대식 KAIST교수의 소감이다. 김 교수는 한 달간 챗GPT’와 나눈 대화를 담은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에서 “검색의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전했다.
챗GPT와 한 달간 대화…다음 질문 예상해 대답
김 교수는 챗GPT와 한 달 간 12개의 주제를 놓고 매일 대화했다. 챗GPT는 어제 한 대화를 기억하고 대화를 이어갈 줄 알았다. 김 교수는 사랑, 정의, 죽음, 신 등 형이상학적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나가 현재 챗GPT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질문은 여느 석학과의 대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어졌고 챗 GPT는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가령 ‘사랑을 위해 꼭 육체가 필요할까’란 질문에 챗GPT는 “사랑과 이와 관련된 신체 감각을 느끼는 능력은 신체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적 육체가 없는 객체의 경우에는 사랑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각으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미래에는 지능적 기계 또한 사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이어가자 “인간이나 동물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 경험과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짜라기 보다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허울이나 감정의 모방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솔직 답변을 내놨다. 감정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전문가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챗GPT와의 대화는 ‘능숙한 정치인하고 얘기하는 느낌’처럼 질문자가 듣고 싶어하는 얘기만 했다. 살살 달래주고 칭찬해주자 피드백 강화 학습이 일어났다. 상상을 해보자는 식으로 질문을 돌리면 생각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질문에 따라 얄팍한 교과서적 지식을 얻을 수도 있고, 수준 높은 내용의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술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대화 과정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질문을 이어가던 중 잘못 엔터키를 눌렀는데, 이후 내용을 추론해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코딩 실력 탁월·창작 분야도 잠재적 가능성 커
그렇다면 챗GPT에게 창의성이 있는 걸까? 챗GPT의 세계관은 무엇일지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가령 천국과 지옥에 대해 챗GPT의 답변은 명료했다. 천국은 세상의 모든 게 잘 작동되는 세계다. 지옥은 그 반대다. 그런 세상에 인간이 방해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득하고 또 설득하고 정 안되면 감옥에 넣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챗GPT가 가장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분야는 코딩으로, 인력 대체도 가능하다. 엄청난 양의 문서를 요약하는 기능도 뛰어나다. 특히 창작 분야는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인공지능이 물리적 세계를 대체했다면 챗GPT로 지적 세계의 대체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한계는 있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고 자작시를 써보라고 하면 기성 시인의 시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한다. 가져온 시의 작가 이름을 틀리기도 한다.
챗GPT의 현실 활용과 관련, 김 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막을 수 없다”며 “자동차가 등장하면 운전면허를 따듯이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챗GPT는 3000억 개가 넘는 문장 토큰과 그 사이의 확률적 상호 관계를 학습, 자연스런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정설인 촘스키의 문법 중심의 언어 생성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김대식 지음/동아시아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