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상임위 소위 1차례 논의 뒤 계류…野 세부 검증 예고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여야 전운…3월 국회 처리도 난망
“민주당도 10% 세액공제 주장…협상 여지 충분” 시각도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공세에도 정작 우리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최대 25%까지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를 넘지 못하면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정국의 본격화로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예상되면서 3월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K칩스법’의 후속조치인 조특법 개정안 관련 논의는 지난달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한 차례 이뤄진 뒤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월 국회 중 추가 회의를 열어 소위 가결 만이라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민주당은 총 4조2600억원에 달하는 세원 감소를 문제 삼으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추가 회의 개최에는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조특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K칩스법의 일환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약 한 달 만에 급조된 정부안이라고 보고 있다. K칩스법 논의 당시 국민의힘은 20%, 민주당은 10%의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담은 안을 내놨는데,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에 못미치는 정부안(8%)을 고수하며 통과를 설득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정부안에 아쉬움을 표하며 추가 지원을 주문한 것이다. 기재부는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5%까지 올린 정부안을 2월 국회에 제출했는데, 민주당은 “대통령 한마디에 추가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냐”며 세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4월 국회 안에는 처리가 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여유로운 국회와 달리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계기로 경쟁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대거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25% 세액공제를 해주고 관련 시설 신설 등에 5년 동안 520억달러(약 64조318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해 이미 통과시켰는데, 최근에는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이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준 이상 초과수익을 반납하도록 했다.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다.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초과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미 정부 입장에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조특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는 3월 임시국회에서도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3월 국회를 요구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30표가 넘는 이탈표를 내며 부결된 것을 시작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 정국이 본격화한 점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및 곽상도 의원이 연루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대여·대정부 투쟁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갈등이 깊어지면 여야 원내지도부 입김이 작용하면서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 기재위 관계자는 “당이 안정돼야 싸우더라도 논의를 하는데, 이슈가 있으면 아무래도 법안 논의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 정쟁이 국가전략산업의 미래를 발목 잡아선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방탄 국회’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이 오히려 법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월 국회에 비해 협의가 잘 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도 앞서 (대기업 세액공제율) 10%를 주장했던 만큼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국회의장 직속 첨단전략산업특별위의 역할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위는 올해 11월30일까지 한국기업 보호·육성책을 논의한다.
soho090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