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이탈표 ‘조직적 결과’ 가능성에 무게
무효 11, 기권 9 “이례적으로 많은 것 사실”
친명·지도부 격앙 반응…“같이 갈 수 있나”
비명계는 “결과 직시하고 고민하라” 촉구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 결과를 받아든 즉시 격랑에 빠져들었다. 앞서 비명(비이재명)계의 ‘협조’ 기류 속에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지만, 무려 서른표가 넘는 ‘반란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가운데 비명계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정치적 판단의 산물인 표결 결과를 직시하라는 고언이 이어진다.
28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조직적 이탈표’가 가동됐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체포동의안은 재석 297명 의원의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부결됐다. 무효는 11표, 기권은 9표였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날 표결은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음에도 과반(149표)에는 미달하면서 부결이라는 절묘한 결과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그동안의 경험상 무효표나 기권표는 많아봐야 2~3표 나오지, 절대로 (전날 결과처럼) 11표, 9표 이렇게 이례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의도된 무효, 의도된 기권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강경파로 분류되는 최강욱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 숫자로만 봐서는 지금까지 그렇게 기권, 무효표가 많이 나온 적이 없었다”며 “어떤 식의 분명한 의사표명인 것 같긴 한데, 조직적으로 이뤄진 건지는 알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압도적 부결”을 호언장담했던 친명계와 지도부 일각에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표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정말 크게 실망했다. 굉장히 큰 충격이고, 이렇게 호소했는데도 (당대표가 아닌) 여당에 보조를 맞추는 사람들과 같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당’ 가능성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강득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명분도 원칙도 없는 분들이 중심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대의라고 생각한다. 그분들 또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명분과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해석된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 당의 내분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친문(친문재인)계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이제 의원총회 등 서로 얼굴을 보는 자리에서 심한 말들이 오가는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집안싸움하면 필패인데, 매우 혼란스럽고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강성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반란표 색출’ 작업도 노골화되고 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돌리면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하는 은어) 공세에 나섰다. 전날 표결 이후 이들은 밤 늦은 시각까지 민주당사 앞에서 비명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감적적 대응에 비명계는 표결 결과를 직시하라는 입장이다. 한 비명계 초선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탈표 색출을 해서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감정적인 대응을 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라면서 “이렇게 표결 결과가 나왔으면 거기에 책임을 느끼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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