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영대·김지헌 기자] “싼 제품에는 비싸도 좋은 제품으로 맞불”
한국이 주도해온 산업 곳곳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로 입지를 키우자 국내 기업들이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고수익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첨단 고효율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지우기’ 역공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싼 가격 앞세워 몸집 키우고 있지만…
1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태양광 제품 및 원재료 공급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79만4000t으로 전 세계 전체 생산량(98만t)의 약 81%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재료이다. 보고서는 “2020년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중국 비중은 60%대에 불과했다. 이후 대규모 증설로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모듈의 경우 지난해 기준 중국의 생산량은 536GW(기가와트)로 전 세계 생산량(649GW)의 83%이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실제 중국산 모듈은 우리나라 제품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
중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에서 중국은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주량 선두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 건설중장비 전문지 KHL 옐로테이블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2020년 기준)에서 1위, 2위는 각각 미국 캐터필러, 일본 고마쓰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3~5위는 모두 중국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업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3.7%), 현대건설기계(1.2%)은 각각 10위, 21위다.
TV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업체들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상당히 매섭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한국 업체의 점유율(금액 기준)은 47.2%로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4.5%포인트 상승한 28.2%를 기록했다.
한국, ‘프리미엄’ 기술로 신시장 개척
중국에 대항해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다. 중국이 선점하지 못한 초격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는 셈이다.
태양광의 경우 한화솔루션은 프리미엄 모듈 제품인 큐피크 듀오 시리즈를 앞세운다. 큐피크 듀오 시리즈는 태양전지 사이 간격을 줄이고 모듈의 출력을 최대로 높인 퀀텀 듀오 Z 기술을 적용했다. 한화큐셀은 큐피크 듀오의 활약에 힘입어 미국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OCI의 비장의 무기는 중국 업체 비중이 높은 범용 폴리실리콘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이다. 올해는 중국 업체 등의 폴리실리콘 증설 여파로 시장에서 초과공급이 우려되고 있지만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현 OCI 부회장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표 및 유럽 공급망 실사법 도입 등으로 비(非)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1㎏당 40달러를 상회하면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효율 태양전지가 양산되고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독일 업체와 OCI 정도 밖에 없어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장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내세운다. LNG선은 영하 163℃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는 등 건조가 까다롭다.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체들은 지금까지 LNG선 분야에서 글로벌 발주량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초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총 9714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3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건설기계 시장에서는 전기 굴착기를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 전기 굴착기는 기존 굴착기보다 가스 배출과 소음, 진동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4월 1.7t급 전기 굴착기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1t, 2t 모델에 이어 3t급 전기 굴착기를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가 각각 네오 QLED, 올레드(OLED)를 통해 중국 제품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 삼성전자의 네오 QLED TV는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과 뉴럴 퀀텀 프로세서를 지녔다. 이 기술들은 화면의 생동감과 입체감을 이전 제품보다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 사업 10주년을 맞아 초대형 라인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북미 지역에 우선 출시한 세계 최대 올레드 TV인 97인치형 제품은 최근 유럽에 이어 중동 지역까지 판매를 확대했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공개된 97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M’도 이르면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은 화면 주변에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애 CES 2023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제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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