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팝핀현준이 언젠가 독일 ‘저머니즈 갓 탤런트’에 초대돼 갔을 때 누군가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국내 1세대 스트리트댄서이자 대중에게 ‘팝핑’ 장르를 전파한 선구자 팝핀현준에게 몸은 그저 표현의 도구가 아니다. 밑바닥 삶 속에서도 그를 일으켜 세워 춤추게 한 힘은 몸의 갈망이었다.
에세이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시공사)는 길 위를 헤맨 작은 체구의 소년이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어떤 노력으로 그 꿈을 이뤄 갔는지 춤 인생 30년을 들려준다. 또한 멈추지 않고 도전하며 계속 길을 열어가는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선망하는 성공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에게도 죽을 것 같은 때가 있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길거리로 나앉게 된 소년은 길에서 노숙을 했다. 죽을 것 같던 상황에서 죽을 수는 없었고, 그냥 버텼다.
거리를 헤매면서 그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꼈다. 기득권이 없는 사람들은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기회를 잡더라도 금세 지워졌다. 그래서 그는 남보다 두 배 더 노력했다.
그러다 구세주를 만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다. 그로부터 춤을 사사한 뒤, 팝핑 춤을 선보이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이주노는 세상이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를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 춤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 유학도 보내 줬다. 이주노는 후배들이 춤추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다.
팝핀현준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기본기’와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분야든 트렌드는 변하고 왕좌의 주인도 바뀌지만 기초가 탄탄한 나만의 것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다.
내 것이 낡았더라도 시대가 바뀌면 옛것도 새 것이 된다. 그는 최선을 다해 ‘기본을 갖춘 나만의 것’을 갈고닦은 결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우상은 있다. 초등학교 때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보고 팝핀을 동경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찰리 채플린도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종합 엔터테이너인 찰리 채플린처럼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는 예술을 하고자 한다.
춤과 공연, 그림 등 예술영역을 넘나드는 그는 “기존의 것에 저항하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라피티와 춤이 닮았다고 말한다.
책에는 팝핀현준의 실제 춤 동작을 담아낸 사진을 비롯, 직접 그린 그라피티와 아트워크 등 ‘종합예술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작업도 들어있다. 팝핀현준은 이 책이 아끼는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같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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