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고마워 형’…韓대원 “더 많이 구하지 못해 송구”
씻지 못하고 발열식량을 버텨…‘살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양국 국민이 보내는 응원 큰힘…8명 구조·19구 시신 수습
2진 구호팀 튀르키예로…7일간 구호품 기증·재건 사업 협의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튀르키예 지진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이 열흘간의 임무를 무사히 완료했다. 아비규환의 재난 상황, 극한의 환경에서 이들은 ‘사람 살리는 일’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118명의 ‘작은 영웅’들은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며 튀르키예 주민들의 무너진 삶에 용기와 희망을 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진 구호대가 16일 오후 11시50분쯤 군 수송기를 타고 튀르키예 아다나주로 향하면서 1진 구호대의 활동은 종료됐다. 이와 함께 생존자 구조에서 이재민 구호 및 재건으로 구호 방식도 변화를 맞게 됐다.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집중적인 구조 활동을 벌여온 1진 구호대가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숙영지가 있는 셀림 안다돌루 고등학교에 찾아왔다. 구호대가 사용한 텐트에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한국어와 영어, 튀르키예어로 ‘고마워 형’, ‘한국 친구들이 도와주러 와서 고맙다’ 등의 글귀가 담겼다. 우리 특전사 대원은 ‘더 많이 도움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어려움 속에서 반겨줘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고개를 숙였다.
양국이 나눈 우정의 텐트는 얇은 재질의 일반 텐트로, 우리 구호대는 급하게 출발하느라 미처 방한용 텐트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호용품이 턱없이 부족한 현지 주민들을 위해 구호대가 사용했던 텐트는 기증하기로 했다.
지진 발생 초기에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극심한 추위와 턱없이 부족한 의식주와도 싸워야 했다. 일반 텐트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반시설이 무너지면서 수도와 전기가 끊겼고, 샤워는커녕 머리를 감을 수도 없었다. 한국에서 공수해 간 발열식량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일부 대원들은 장염에 걸려 치료받으며 구호활동을 펼쳤다. 함께 파견된 군 구조견 4마리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을 하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이 중 한 마리는 큰 수술을 받았다.
무엇보다 대원들을 괴롭힌 것은 극심한 환경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재난 현장에서도 시계는 움직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내야 했다. 생과 사의 순간을 매 순간 목격하면서 희망과 좌절이 교차되는 이들을 일으킨 것은 한국에서 보내는 응원과 현지 주민들이 건네는 마음이었다. 불빛 하나 없는 밤에도 구조요청이 오면 달려 나가는 한국 구호대에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라고 격려를 보내고, 몸을 녹일 따뜻한 차를 건네왔다. 언어가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다.
국내에서 튀르키예 지진 관련 대응을 하는 직원들도 격무와 싸워야 했다. 6시간의 시차가 있는 튀르키예 현지를 지원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구호대 활동 기간 동안 새벽 근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직원은 격무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진 구호대는 귀국하는 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 여부를 포함해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진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구조활동에 전념한 대원들이 이번 임무를 통해서 ‘사람 살리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힘듦을 견딜 수 있었다”며 “구호대뿐만 아니라 대응 직원들이 잘 견뎌내고 힘내도록 도와주신 데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한국 정부는 참전국인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구호대 파견을 신속하게 결정했고, 외교부와 국방부, 소방청,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으로 구성된 118명 규모의 1진 구호대를 구성, 현장에 급파했다. 단일 파견으로는 역대 최대규모였다.
8일 튀르키예에 도착한 1진 구호대는 9일 새벽부터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시작해 총 8명의 생존자와 19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특히 재난현장에서의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난 후 3명의 생존자를 구조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21명으로 구성된 2진 구호대는 이재민 구호와 재건에 필요한 수요를 파악하는 임무를 띠고 현지로 향했다.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을 대장으로 의료팀 10명과 코이카 직원 5명, 민간긴급구호단체 관계자가 포함됐다. 이들은 7일간 한국 민관이 합동으로 마련한 55톤(t) 상당의 구호품을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에 기증하고, 이재민 구호와 재건 사업을 협의하는 임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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