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규제·관행 틀 깨라”
여야 대립 속 개혁은 제자리걸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 더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세종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의 체질 개선을 주문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에도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3·4면
13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후 8개월 동안 발의된 규제 완화 법안은 모두 55건이다. 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6건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업 규제 법안은 83건에 달한다. 정부가 규제 1건을 폐지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3건가량의 규제안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본회의 통과가 시급한 산업계 지원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가 막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판 칩스법’이 여야 입장차로 2월 중 처리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대만은 지난달 7일 대만판 반도체법인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2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고 연내 시행에 들어갔다.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규제개혁 논의가 도돌이표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규제정보 포털로 본 규제입법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등록된 국내 규제는 총 1만4961건으로, 10년 전 정부가 발표했던 1만4857건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1만5000여건의 규제 총량이 유지된 것으로, 한쪽에서 규제를 없애는 법안이 통과해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직접적인 규제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분석한 지난 5년 동안의 신설·강화 규제법률은 총 304건(공포기준)으로, 그중 절반에 달하는 151건은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됐다.
151건 가운데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진입 규제는 114건(75.5%)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경쟁 규제가 22건(14.6%), 가격 규제는 15건(9.9%) 등으로 조사됐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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