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후 주가 9000원→ 1285원까지 폭락

3년간 157개 계좌 동원해 주가조작 100억대 차익

“시세조종 동기·목적 있었지만, 차익 추구 측면서 달성 못해”

3년간 범죄기간 중 일부는 면소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100억원대 주가조작 금융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과 공범 8명이 “이익달성을 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형적 이익은 증거상 드러난 것이 상대적으로 적으나 주변 지인들을 이용해 재무, 경영, 투자관리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범행 전반에 주모자이자 의뢰자로서 큰 책임이 있음에도 범행 일체 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아니하고 있어 비난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및 주가조작 ‘선수’ 8명 중 5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2명은 무죄 판단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무관한 별도의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게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시세차익 추구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공모가담한 시세조종세력이 장기간에 걸쳐 행한 시세조종이라고 하기에는 그 결과에 의문이 가는 사정이 많다“며 ”급등락 기간에도 피고인들 행위로 주가가 급등락한 것으로 볼 증명도 없기에, 투자자들 손해나 시장질서 교란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권 전 회장과 주포(주가조작 총괄) 및 계좌 동원 역할을 한 다른 피고인들 사이에 범행의 구체적 동기와 목적이 상이하고, 권 전 회장이 보유한 상당한 주식 수량이 위장거내라 현실거래 등을 통한 시세조종행위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공범들의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 평가했다.

검찰 “3년간 범죄 하나로 봐야”…재판부 “일부는 면소”

이 사건은 공소시효를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었다. 검찰은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적시했다. ▷1단계(2009년 12월 23일~2010년 9월 20일) ▷2단계(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3단계(2011년 4월 19일~2011년 10월 1일) ▷4단계(2011년 10월 12일~2011년 12월 22일) ▷5단계(2011년 12월 23일~2012년 12월 7일). 검찰은 이 기간 동안 5단계 시세조종 행위를 모두 ‘하나의 범죄’로 규정했다. 반면 권 전 회장 측은 시세조종 행위가 있더라도 단계별로 각각 따져야 한다고 맞섰다.

‘자본시장법’상 이 사건 공소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검찰 해석대로 3년간의 범죄를 하나로 보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난 시점(2012년 12월 7일)이다. 그러나 권 전 회장 주장대로라면 1~3단계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나 죄를 묻지 못한다.

재판부는 범죄 처벌 가능 기간을 2010년 10월 20일부터로 판단했다. 1·2단계 일부는 주가조작을 총괄하는 이른바 ‘주포’가 변동이 되거나 범행 방식 등이 상이해 ‘경합범’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김모씨가 주포로 활동하고 이모씨가 컨트롤타워로 주도한 시점(2010년 10월 21일)부터 처벌 가능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면소 대상을 제외한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30건 중 29건, 현실거래 3702건 중 619건은 무죄로 판단됐다.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건, 현실거래 3083건이 유죄로 인정됐다.

권 전 회장은 2008년 말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BMW공식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한 뒤,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공범 8명과 함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 522회, 고가매수·허위매수·시종가관여 7282회 등을 통해 시세를 조정했다. 2000원대 후반의 주가를 8000원대까지 올려 107억 16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우회상장 과정에서 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나, 2009년 1월 30일 시초가 90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그해 12월 11일 1825원까지 폭락하자 투자자들에게 압박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