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 김일성 연상시키는 옷차림 등장
2만2000여명 동원, 역대 최대 규모
신형 ICBM ‘화성-17형’ 등 동원 추정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8일 심야에 진행하면서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야욕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개최됐다고 9일 보도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ICBM 화성-17형과 함께 고체연료 기반 중장거리미사일 또는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가 이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17형 이동식차량발사대(TEL) 6대에 이어 신형 고체연료 중장거리미사일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TEL 4대를 동원한 장면이 포착됐다.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은 전날 오후 10시5분께 촬영됐다.
열병식 행렬 선두에 선 화성-17형에 이어 등장한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은 20m가 넘는 화성-17형 탑재 TEL과 비슷한 길이로 이전까지 파악되지 않은 신형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화성-17형 뒤에 나온다는 것은 더 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며 “고체연료 엔진의 중장거리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성-17형이라는 괴물 ICBM을 만들었지만 이동식발사형 ICBM으로 활용하기에는 과도하게 크고 출력이 세기 때문에 발사차량도 일회용으로밖에 못 쓸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크기는 화성-17형보다는 작지만 성능은 향상된 고체연료 ICBM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이어 “아직 미사일 자체를 개발한 것은 아니겠지만 발사차량을 공개함으로써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실시했으며, 지난달 함경남도 함주군 마군포 시험장에서도 고체연료엔진 시험을 진행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사전 연료 주입이 가능해 발사 준비 기간이 짧아 은밀성과 기동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4월 열병식에 이어 또다시 등장한 화성-17형도 주목된다. 북한은 화성-17형에 대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맞서 자위적 핵무력 강화를 지속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엄연한 실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 뒤에는 ‘역사적 사변이자 민족사적 대경사’라고 부각시키기도 했다.
‘백두혈통 4대’이자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가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지난해 11월 18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건군절 75주년 기념연회에 김 위원장과 김주애와 함께 했을 때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통신이 공개한 열병식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조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 앞서 김일성 주석의 ‘일당백’ 구호 제시 60돌이었던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부의 후광을 빌려 최고지도자와 군의 일체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전날 오후 8시30분께부터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9시30분께부터는 1시간가량 본행사를 진행해 총 2시간이 넘게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열병식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2만2000여명 이상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대원·박상현 기자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