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종료’에 사원들 분노
카카오 노조 가입 비율도 껑충
“3년간 재택근무…회사 떠난다”
[헤럴드경제=김빛나·박지영 기자] “3년 동안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는데…재택근무 종료 소식을 듣자마자 ‘이직할 결심’을 했다. 설 연휴에 경력 이력서를 쓰려고 한다.”
IT회사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사무실 출근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김씨는 “출퇴근 시간만 약 3시간 걸렸는데, 집에서 근무하면서 시간을 많이 아꼈다. 불필요한 회의도 줄었다. 재택근무하는 다른 회사를 적극적으로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연이은 재택근무 종료가 MZ세대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199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M) 세대와 1995년부터 2000년 출생자를 뜻한다.
‘집에서 일하는 것이 곧 복지’로 인식하는 젊은 직원들은 재택 종료를 복지제도 축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택근무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카카오의 노조 가입률이 증가하는 등 일부 기업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단체행동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12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크루 유니언)에 따르면 최근 노조는 본사 임직원 노조 가입률 50%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가입 증가세로 볼 때 이달 안으로 과반 노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20년 설립된 노조는 카카오가 근무제 개편을 발표한 뒤 가입률이 약 10% 가까이 급증했다. 카카오 안팎에선 사무실 전면 출근 체제가 가입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카카오는 오는 3월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 전면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새 근무제를 도입하는 안을 발표했다.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축소한 SK텔레콤도 내부 직원의 불만이 많았다. 지난 9일 SK텔레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워크 프롬 애니웨어(WFA) 2.0’을 공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30대 SK텔레콤 직원 박모씨는 “회사가 어떤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반감을 가진다”며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뜻의 ‘워크 프롬 애니웨어’라는 제도가 이름과 맞지 않다. 직원들끼리 ‘2.0이 아니라 -1.0’이라고 자조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재택 근무를 끝내는 이유로 코로나19 종식과 업무 효율화를 꼽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상황에서 구성원 간 소통과 협업을 위해 출근을 늘리게 됐지만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던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는 자율성이 강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회사 임원들의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시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재택 근무를 두고 회사 윗분들과 직원 간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임원들은 아래(직원)를 출근시키고 싶어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반면 재택근무를 복지제도로 보는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재택근무 종료 예정인 IT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이모(29)씨는 “강남으로 출근을 하는데 아침 6시에 뛰어나가도 지하철 3~4대는 그냥 보내야 한다. 유연 근무제를 시켜주는 것도 아니면서 출근하라는 건 복지를 뺏는 일”이라며 “분명 입사할 때는 재택근무를 회사 장점으로 소개해놓고 이제 와서 ‘재택근무는 복지가 아니다’고 말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한모(26)씨는 “영구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대학원 입학, 주택 구입 등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한 사람들이 많다”며 “직원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을 굳이 왜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택 근무에 생활을 맞춰버린 직원들 입장에서는 방침 변경이 당황스럽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진모(35)씨는 “재택 근무에 맞춰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고, 테니스가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매일 사무실을 출근해 테니스를 못 친다면 재택이나 유연근무제를 하는 회사로 옮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서 오피스 근무가 원칙이지만, 조직 내 협의에 따라 원격 근무 또한 가능하게 운영한다”며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의 장점을 모두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올해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일주일에 3번은 사무실에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가 오는 3월부터 일주일에 3회 회사 사무실 출근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당 최소 40시간 사무실 근무를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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