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요즘 판사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궤도 이탈이 너무 심해요.”(법조계 인사)

법정의 중립성과 품격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판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무례한 법정 언행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선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과도한 발언까지 일삼는 추세다. 일부 판사의 얘기겠지만 아예 ‘창원발(發) 변호인’ 논란도 터졌다. 사법부가 ‘법정 언행 컨설팅 제도’를 실시하는 등 법관들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에 일어난 일이어서 개선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A 판사는 지난달 31일 판결을 선고하며 피고인에게 잇달아 항소를 권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A 판사는 전화금융 사기조직을 만들어 2900여명에게서 4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김모(41) 씨 등 피고인 4명에게 징역 6년형 등을 선고한 뒤 “네 분 다 항소해서 더 좋은 결과를 받도록 해요”라고 말했다.

A 판사는 이날 계원을 모집한 후 곗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정모(53ㆍ여) 씨에게도 징역 1년10월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도 항소해 다시 판결을 받아보세요”라고 했다.

이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소율을 낮추기 위해 1심 재판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법부 안팎의 지적과는 어긋난다.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항소심 형사재판에서 1심 판결이 파기된 비율은 40%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2년 발표한 ‘사법 발전계획’에서 ‘1심 집중’을 실행목표로 정했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항소를 당연히 전제하며 1심 재판을 최종 결론에 이르는 과정 정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1심 역시 독립된 재판부로서 상급심 판단에 연연할 것 없이 자체적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믿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경남 창원지법에서는 한 판사가 피고인에게 선처를 해주는 대가로 자백을 강요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해시청 시장실에 항의 방문했다가 퇴거 불응 혐의로 기소된 중증장애인들을 변호하고 있는 박훈(48)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 (담당 판사가) 자백하면 벌금형으로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판사에게 항의하자 ‘이전에도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지 않았느냐. 피고인들과도 악연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법관들의 부적절한 법정 발언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2012년 서울동부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여성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말해 견책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다른 부장판사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피고인에게 “부인은 대학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해 과격한 언행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BBK 사건의 김경준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김 씨에게 “청구금액을 올려라”라고 얘기한 것도 문제가 됐었다.

법원은 법정 언행 컨설팅 제도나 법관 상호 간 법정 모니터링 등을 실시해 사법부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부적절한 발언을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바른 재판문화 정착을 위해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19건의 진정이 접수됐지만 견책 처분이 내려진 단 한 건이 유일한 징계였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