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업체 시험부담 덜도록 ‘표준모델’안 협의
준불연자재 旣개발 업체들 노하우 공개 난색
업계 내 진통에 표준모델 설계부터 지지부진
건물의 화재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단열재시험’이 표준모델이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도출됐다. 그럼에도 중소 건자재업체 간 이견이 커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행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샌드위치패널이나 복합 외벽마감재 등에 대해 실제 화재환경과 유사한 시험방식을 도입, 화재 안전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제정했다. 재료시험 외에도 실물모형으로 화재실험을 진행, 안전성을 입증해야 건축자재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행령은 지난해 12월 시행됐으나 하위법령과 세부지침 조율로 인해 여전히 현장에 도입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기계 단열재 업체들의 반발이다.
유기계 단열재 시장에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업체를 대변하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나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는 “시험인프라가 부족하고, 시험기준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해 왔다.
국토부는 업계와 수차례 협의 끝에 표준모델로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내놨다. 협회에서 시방서 등과 함께 설계한 표준모델이 실물모형시험을 통과하면, 이후 다른 업체들도 해당 설계안대로 만든 복합단열재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안으로 시행하면 모든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제품 시험을 받지 않아도 돼 업계가 우려했던 시험인프라 부족 등이 해결된다.
문제는 업계 내 이견이 갈려 난관이 많다는 점이다. 표준모델을 만들고, 이를 따른다는 것은 자체 역량으로 준불연 이상의 단열재를 설계하기 힘든 업체들에는 이득이 된다. 직접 제품 모델을 만들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모범답안’만 따르면 영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
반면 자체 연구개발로 이미 준불연 이상의 심재를 개발한 업체들은 환영할 이유가 없다. 협회에서 표준모델을 세우자면 결국 선제적으로 준불연재를 개발한 업체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힘들게 쌓은 노하우를 다른 업체들 쓰자고 시방서에 공개하고 싶겠느냐. 협회 내에서도 입장이 서로 다른데,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유기계 단열재 업계는 당초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토부 측은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 관리안만 나오면 연내에라도 표준모델 시험을 도입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표준모델 도입이 해를 넘기더라도 화재에 강한 무기계로의 시장 이동 추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단열재 시장은 연매출 기준 약 1조5000억원 규모. 이 중 무기계 점유율은 20% 선이었으나 올해 30%선까지 올라섰다. 업계는 향후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무기계 단열재 업체들은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설이 한창이다. KCC는 강원 문막과 경북 김천의 글라스울 공장에 생산 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계획대로 내년 공장 증설이 끝나면 글라스울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0만t에서 18만t으로 늘어난다.
벽산은 전북 익산과 충북 영동의 생산라인을 늘린데 이어 충남 홍성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내년 완공되면 벽산의 글라스울 생산능력은 연 14만t까지 늘어난다. 생고뱅 이소바도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충남 당진공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완공되면 기존 3만t이었던 글라스울 연간 생산능력이 2배 가량 확대된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