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비장애인 시각으로 판결…정부·제도가 유죄”
“장애인 타기 어려운 계단버스, 오히려 불법”
시위로 교대역서 19분 지연…출근길 시민들은 ‘불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과 5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오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9일 2호선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8일에 이어 이틀 연속 벌인 시위였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당산역 방향 1-1 승강장에서 전장연은 ‘제4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시작했다. 당초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법원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를 규탄하고자 교대역으로 시위 장소를 옮겼다.
이날 단체는 박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하는 한편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교대역에 집결한 뒤 당산역에서 환승해 9호선 국희의사당역으로 이동했다. 이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면담할 계획이다.
이날 박 대표는 전날 내려진 선고와 관련해 “계단버스를 타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비장애인 중심의 시각에서 내려진 판결”이라며 “불법적이고 차별적인 버스를 잠시 멈췄다고 4개월의 유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단이 있는 버스의 운행을 중지시킨 것뿐이다. 우리에겐 해당 버스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라고 항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미신고 집회 개최, 위력으로 인한 버스 운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 앞문과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해 운행을 지연시킨 바 있다.
박 대표의 변호인이자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두나 변호사는 “장애인 이동권의 절실함과 필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판결이었다”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버스를 15분 정도 아주 짧게 멈췄기에 공무집행방해죄로 보기 어렵다. 부디 항소심에선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음 달 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얼마나, 어떻게 책임질 지 밝혀주길 바란다”며 “예산에 대한 답변을 준다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유보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날 오전 8시24분부터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 10여명이 지하철 탑승을 시작하면서 교대역에서 열차가 출발하는 데만 19분 정도 소요됐다. 이로 인해 회견부터 지하철 탑승이 진행되는 동안 전장연 관계자와 시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지하철이 좀처럼 출발하지 않자 한 시민은 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시민들이 이동할 공간은 만들어놓고 시위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경찰과 시민 간 실랑이도 잠시 벌어졌다. 또 다른 시민은 경찰을 향해 “열차를 늦추는데 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해당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이모(36) 씨는 “언제까지 시간을 지체할 셈인가”라며 “출근길로 바쁜 사람들 잡아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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