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탄지점 근처에 병영 막사·교회·차고지
골프장 아닌 ‘유류저장고’에 낙탄 떨어져
저장고 곳곳엔 불에 그슬린 흔적 발견
野 “국방부·합참,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천만다행이다.”
지난 4일 밤 11시 강릉 인근 공군부대에서 발사된 미사일(현무-2C) 2발 가운데 한 발의 추진체가 떨어진 곳은 강릉 공군기지 내 유류저장시설이었다. 지난 12일 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기자, 군 관계자 등은 모두 현장을 확인한 후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 발생 8일 만에 공개된 현장은 화염에 휩싸였던 당시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추진체가 떨어지면서 생긴 웅덩이와 불에 탄 소나무, 불에 그슬린 잔디, 기울어진 철조망도 그대로였다. 이날 의원들과 취재진을 가장 놀라게 한 곳은 미사일 추진체가 추락한 유류저장고였다. 골프장으로부터 400m가량 떨어져 있던 유류저장고는 이중 삼중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보안시설로, 언론에도 사진, 영상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낙탄지점 불과 3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장병이 사용하는 수송대 차고와 정비고, 130m 거리에는 병사들의 생활관과 기상관제타워 등이 있었다. ‘천만다행’이라고 다들 입을 모은 이유다. 군은 “유류저장고는 폭격으로부터 방어시설을 갖췄고 화재가 발생해도 원격이나 수동으로 소화가 가능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추진체는 유류저장고 내에 떨어진 후 세 차례 튕겼다. 저장고 주변엔 잔디가 고체 연료에 그슬린 흔적과 웅덩이 등이 있었다. 추진체가 마지막으로 멈춘 장소는 저장고 외곽 펜스로, 펜스는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펜스와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엔 ‘디젤’이라고 쓰인 유류수령시설도 있었다. 추진체가 조금만 옆으로 떨어졌다면 송유관을 타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군 관계자는 “송유관은 지금은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잔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류저장시설 주변 철조망은 기울어져 쓰러진 상태였고, 바로 옆 소나무는 까맣게 탔다. 군 관계자는 펜스 바로 옆이 수송대 차고지고, 130m 거리에 막사도 한 곳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의원은 기자에게 “군 부대에 도착하기 전까지 국회의원들조차도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 오늘 와보니 왜 군에서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저장고 한쪽에선 100통이 넘는 폐가스통도 발견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만약 여기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비판했고, 군 관계자들은 ‘만약을 가정하지 말고, 그때 당시 군이 어떻게 수습했는지에 집중해달라’고 답했다.
이날 현장시찰에선 민주당 의원과 군 관계자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애초 추진체가 1분가량 연소됐다는 군 설명에 대해 김영배 의원은 “소나무가 다 탔는데 1분 안에 연소된 게 말이 되냐”고 따졌고, 이에 오 준장은 “토치로 10초만 그슬어도 저 정도는 탄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오 준장에게 SNS에서 화제가 된 ‘낙탄 사고 영상’ 화면을 들이밀며 “이 영상만 해도 37초인데 그 말을 믿으란 거냐”고 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현장방문 후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합참이 조직적으로 (낙탄 사건을) 은폐 축소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는데 실제로 은폐하고 축소한 걸 입증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에선 그 누구도 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합참의장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국방위원회에서 해당 사건을 계속 확인하고 후속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 당일 밤 우리 군이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중 한 발의 추적 신호가 끊겼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에이태큼스는 정상적으로 발사됐다. 그런데 한 발이 충분한 거리를 비행하다가 추적장비에서 소실됐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 회의에서 “미사일이 머리 위에 떨어져 큰 사고 날 뻔했는데 인명피해 없었으니 안전하다는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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