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익갤러리, 허달재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백매와 홍매가 피었다. 때로는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위로, 때로는 노을지는 하늘에 만개한 꽃들이 흐드러진다. 굵고 억센 옹이진 나무를 뚫고 피어난 꽃이 아니라 낭창하게 유려한 나뭇가지 끝에 화려한 꽃이 내려앉은 모양새다. 봄날에 써 내려간 우아한 한 편의 시다.
이화익갤러리는 5일부터 25일까지 직헌(直軒) 허달재(70)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손자인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조부의 손을 잡고 춘설헌(春雪軒) 화실을 드나들며 문인화 정신을 사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1400년 역사의 삼애다원을 운영하며 춘설차(春雪茶) 재배를 3대째 이어오고 있다.
화폭에 담긴 매화는 춘설헌의 풍경이다. “어릴 적부터 익히 보고 마음에 담았다.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의 마음이 평안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전시장에는 가로 4m에 달하는 대작부터 50㎝ 이하의 소품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이 걸렸다. 먹을 기본으로, 맑은 색감을 추구하는 전통 한국화임에도 현대적이다. 바탕색을 내기 위해 여러 번 색을 올리고, 금니(금박가루)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 특징이다.
그가 그린 매화는 한국 관객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매혹했다. 지난해 아부다비 아트페어인 ‘아부다비 아트’에서 왕족이 그의 대형 회화 3점을 소장했다. 윤진섭 평론가는 “화선지 위에 옅은 물감을 확 뿌려놓은 것처럼 종이 전면에 고르게 퍼져 있는 매화는 매우 평면적으로 느껴진다”며 “직헌의 그림에 나타나는 현대적 감각은 전통의 갑갑한 틀 안에 갇히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움직이는 면모를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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