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입니다” 수백억원 벌고 욕 먹는 ‘이 남자’ 누군가 했더니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질병과 송사까지 호소하는 ‘이 남자’…잘나가는 게임 갑부?”

국내 2위 코인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의장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국회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출석한 그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이유로 국감 증인 불출석 의사를 내비치자 세간의 관심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 송사에 휘말리고 국감까지 소환된 이 전 의장은 한때 20대 나이로 창업을 시작해 10년 만에 아이템 중개시장을 지배한 ‘게임갑부’ 출신이다.

5일 국회 정무위의 민병덕 의원실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오는 6일 금융위원회 국감이 열리면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의 불출석 사유에 대한 항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무위는 빗썸이 지난 4월 상장된 한글과컴퓨터의 ‘아로와나 코인’ 시세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 전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우울증입니다” 수백억원 벌고 욕 먹는 ‘이 남자’ 누군가 했더니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이 전 의장은 사유서를 통해 자신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았으며 재판을 받고 있어 국감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코인’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당시 기준 1120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송사를 겪고 있다. 전날 1차 공판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의 해명에도 국회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증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고 해서 상임위가 그걸 다 수용하는 건 아니다” 며 “24일 정책국감 때에는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입니다” 수백억원 벌고 욕 먹는 ‘이 남자’ 누군가 했더니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이 2002년 창업한 아이템매니아 서비스의 현재 모습.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베일에 싸인 이 전 의장이 국감에까지 소환되자 대중의 관심도 그의 정체에 몰리고 있다. 빗썸의 실소유주인 그가 회사에 모습을 보이거나 대중 앞에 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76년생인 이 전 의장은 과거 컴퓨터게임에 빠져 대학에서 제적당할 정도로 게임을 사랑했던 ‘청년 창업가’ 출신이다. 2002년 자취방에서 단돈 30만원으로 게임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아이템매니아’를 창업했고, 10여년 만에 연매출 400억원, 직원 수 3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30대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이템 중개시장을 섭렵한 ‘게임갑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