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강서·구로·강동 논란
‘동행’…서울시 정책기조 판박이
‘새롭게·신나게’…표절 의혹도
지역현안·새 비전 부족 아쉬워
‘더불어’…특정 정당 연상시켜
단체장이 바뀐 서울 자치구들이 도시 브랜드 홍보라는 명분으로 로고와 슬로건을 잇따라 바꾸고 있지만, 지역 핵심 현안과 벗어났거나 서울시 정책 기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표절시비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자치구에서는 공모해서 결정된 것이라 해명하고 있다.
5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공식적으로 슬로건을 바꿔 공개한 곳은 강서구, 구로구, 강동구 3곳이다. 각 자치구는 새로운 슬로건이 자치분권 시대에 주민과 더 소통하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도시의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지역 핵심 현안보다는 서울시 기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구로구의 경우 7월 민선 8기 슬로건으로 ‘따뜻한 동행, 변화하는 구로’를 확정해 발표했다. 슬로건에는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며 구로구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으나 문 구청장이 후보시절부터 핵심 시정으로 꼽았던 ‘4차산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도시’와는 거리가 있다.
강서구 역시 핵심가치를 변화·동행·행복으로 잡고 ‘변화로 만드는 미래, 구민과 도약하는 강서’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강서구는 슬로건을 발표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민선 8기 서울시 정책기조와 판박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의원은 “구정과는 관련없이 서울시 정책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을 담은 슬로건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슬로건 교체 비용 문제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주민과 공감 없이 슬로건을 발표하는 구청장이 소통을 입에 담는 것이 웃기지 않냐”고 비판했다.
자치구에서는 공모를 통해 정해진 것이라 해명했다. 해당 자치구 관계자는 “민선 8기 슬로건은 공모해서 결정된 것”이라며 “비용 역시 구청 내만 교체하기 때문에 크지 않게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강동구 슬로건의 경우 타 전국 시도와 비슷해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동구의 경우 민선 8기 슬로건으로 ‘강동을 새롭게, 구민을 신나게’라고 7월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슬로건은 전국 5개 지방자치단체 충청북도(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 인천 옹진군(옹진을 새롭게, 군민을 신나게), 충남 아산시(아산을 새롭게, 시민을 신나게), 대전 동구(동구를 새롭게, 구민을 신나게), 경남 창녕군(창녕을 새롭게, 군민을 신나게)과 슬로건과 유사하다.
구청장이 소속된 정당의 이름과 유사해 논란에 휩쌓인 구정 비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이끌고 있는 관악구의 경우 구정 비전인 ‘더불어으뜸관악’이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소속 정당을 떠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다만 관악구 관계자는 “‘더불어’라는 의미는 같이, 함께라는 의미 정도의 일반적 의미로 사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청장 출신 한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롭게 바뀐 경우 1년 정도 구정 업무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슬로건을 만드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전 구정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의지는 알겠으나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치적 토양에서는 기초단체장이 특정 정당에 대해 표현하는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으로 몰릴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재·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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