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제주 여행 중 렌트한 오픈카로 음주운전을 하다 여자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원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혐의가 인정됐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이경훈 부장판사)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34)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공소사실(주의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물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에서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형 차량으로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과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는 차 밖으로 튕겨나가 크게 다쳤고, 병원에서 10여 차례 대수술 끝에 이듬해 8월 숨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피해자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A씨의 엄벌을 요구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족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음성 녹음 등을 토대로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카카오톡 문자와 블랙박스 녹음 파일 내용 등을 바탕으로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주장해 왔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B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하는 정황이 포착됐고, 이후 차 속도를 올리다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의 사고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사고 원인이 된 전복 등 큰 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를만한 동기는 부족해 보인다”며 음주운전에 따른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5월 항소심 과정에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탓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 죄질이 좋지 않고, 아직도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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