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메라타 발티카’ 25주년 맞아 내한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현대적 재해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50여년간 음악가로의 삶을 살아온 ‘바이올린 거장’ 기돈 크레머에겐 늘 ‘한계 없는 진취적인 연주자’라는 수사가 따라 다닌다. 어떤 젊은 연주자보다도 젊고, 틀에 갇히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리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그의 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무려 5년 만의 내한공연(9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이다. 한국 관객과 만나기에 앞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기돈 크레머는 “젊은 시절부터 죽은 작곡가들의 음악만 연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기돈 크레머는 196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및 몬트리올 콩쿠르 2위, 197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영국 BBC 뮤직 매거진이 100명의 저명한 연주자들에게 조사한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부문에서 생존한 연주자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명실상부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모티브로 현대 작곡가 5명이 새로 작곡한 곡을 선보인다. 이 곡들은 ‘또 하나의 겨울나그네 (Another Winterreise)’라는 이름으로 기획,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재창조됐다.
기돈 크레머는 “여러 양식과 악보, 그리고 시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유명한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베르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에요. 그의 음악은 매우 심오하고 영혼을 감동시켜요.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선택한 것도 클래식 레퍼토리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려고 했던 저의 보통의 동기에서 시작했어요. 슈베르트 그 자체가 우리에게 이미 ‘현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기돈 크레머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해다. 1947년생인 그는 75세를 맞았고, 그가 1997년 창단한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25주년이 되는 해다. ‘크레메라타’는 크레머의 이름과 동료·모임·실내악단이라는 뜻의 카메라타(Camerata)를 합친 말이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의 젊은 음악가로 구성된 악단으로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기돈 크레머는 이번 내한에선 이들과 함께 슈베르트를 비롯해 아르보 패르트, 야캅스 얀체브스키스, 아르투르스 마스카츠 등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한다.
그는 “발트 3국 출신의 작곡가들이 만든 새롭고, 우리를 위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곡들이 절대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곡을 통해 우리의 문화도 알릴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고전을 연주하면서도 현재와 소통하고, 고전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기돈 크레머가 중요하게 추구하는 음악 전달 방식이다. 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무대에선 끊임없이 혁신과 창의적 연주가 이어지고,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
“저희가 연주하는 곡들 대부분은 현대 음악의 보석들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그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이 영혼을 채우도록 두면 돼요. 저는 언제나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지식과 감정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