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기색은 하나도 없네요.”
최근 서울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한 말이다. 루나-테라 사태가 벌어진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선 블록체인 관련행사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콘퍼런스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발생한 블록체인 악재에 대한 반성은 없고 여전히 장밋빛 전망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다. 방문자 사이에선 국내 블록체인기업들이 자사 프로젝트를 홍보하기에만 급급해 콘퍼런스를 기회 삼아 ‘투자판’을 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이번 행사의 공동 주최로 참여한 해시드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해시드의 핵심 인력이 이번 행사의 연사로 참여한 가운데 루나-테라에 대한 투자 배경과 실패 원인을 설명하는 연설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펀드 해시드는 루나-테라 프로젝트 검증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도 다르지 않다. 클레이튼은 최근 잦은 해킹 사고 및 네트워크 장애로 국내외 프로젝트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에는 위메이드, 메타콩즈 등 국내 대표 프로젝트들이 탈(脫)클레이튼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서상민 클레이튼 이사장은 “게임 중심 메타버스 블록체인이 되겠다”는 미래 전략만 강조했을 뿐 계속 먹통인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적 언급은 피했다. 메인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떠나며 생태계가 반 토막이 났지만 이에 대한 개선책도 나오지 않았다.
반성 없는 모습에 업계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 고위 개발자는 루나-테라 사태 이후에도 성공에 젖어 있는 관계자들을 두고 “프로젝트는 언론을 비롯한 외부 검증에 더욱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된 기술자들이 외부 검증에 더 열린 자세로 응해야만 블록체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블록체인기업들이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실패를 딛고 성장하려면 기술자들의 치열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업계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실패 요인에 대해 “알고리즘 관리가 소홀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와서 잘 설계되지 않은 코인이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프로젝트 탄생 당시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하버드·스탠퍼드 출신의 과학자들이 만든 대단한 코인”이라며 추앙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테라와 루나의 시스템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크립토 펀드도 달라져야 한다. 자신들이 투자한 프로젝트나 회사라고 해서 사업적 문제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특히 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선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에선 또 다른 대규모 블록체인 행사가 남아 있다. 두나무가 오는 9월 주최하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다. 이 행사에서는 검증된 개발자들과 달라진 크립토 펀드들이 블록체인이 마주한 현실을 짚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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