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얼굴 앞에 대고 욕설까지…머리 새하얘져”

“언제든지 폭행 당할 수 있다는 생각들어 두렵기도”

상반기 폭행·폭언 사례 89건 접수…지난해 수치 상회할듯

철도안전법상 퇴거 요구 할 수 있어도 물리적 제지 어려워

“난동 피우는 승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법적 방안 있어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시민들이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시민들이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역내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칫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질 때가 있어요. 안내를 해도 폭행과 폭언을 일삼으니까요.”

2018년 입사한 철도종사자 박모(31) 씨는 입사 6개월 뒤 시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동료 직원을 옆에서 목격했다. 당시 박씨는 동료와 함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에게 도착 역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 시민이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간다”고 하자, 이번 열차는 “삼성역까지만 가니 강변역 주변 택시를 이용하거나 해당 역까지 간 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응대했다.

그 순간 박씨 옆에 서 있던 동료가 이 시민에게 뺨을 맞았다. 박씨는 “당시 시민이 ‘막차가 삼성역까지 가면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빌어야지, 어디서 버릇없게 택시를 타라 하냐’고 고함을 쳤다”며 “동료를 폭행하려 주변에서 빗자루를 찾는 등 도구를 물색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지하철 이용객이 늘면서, 철도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폭행·폭언 사례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달 21일 서울교통공사가 폭행·폭언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신분증 녹음기를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지하철 직원들의 고충이 재조명되고 있다. 철도안전법상 지하철 직원들이 승객들로부터 피해 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박씨의 사례처럼 지하철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매일 피해에 노출된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가 공개한 감정노동보호내역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 4월 18일 이후 지하철 직원을 향한 폭언·폭행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거리두기 해제 이전인 4월 17일까지 직원들로부터 접수받은 일 평균 감정노동보호 활동 건수는 0.83건인 반면 거리두기가 풀린 4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 평균 1.4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당한 폭언과 폭행은 160건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89건이어서, 지난해 수치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직원 수 역시 ▷2020년 204명 ▷2021년 215명 ▷2022년(1~6월) 116명으로,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철도안전법을 보면 철도종사자에 대한 폭행·협박으로 업무 집행을 방해한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이 있어도 실제 승객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권한은 없다.

지하철 내 승객이 직원에게 폭행하는 모습들. [서울교통공사 제공]
지하철 내 승객이 직원에게 폭행하는 모습들. [서울교통공사 제공]

실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하철 5호선의 한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 취객이 이유 없이 CCTV, 구호용품보관함, 소화전 등 역 시설물을 주먹과 발길질로 부순 일이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직원이 현장을 정리하려 했으나 이 남성은 심한 욕설과 함께 직원의 얼굴에 침을 뱉고 안경을 파손하는 등 약 5분간 직원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이 남성의 행패에도 직원들은 경찰이 오기 전까지 일방적인 남성의 폭언과 폭행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씨도 근무 중 폭언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열차 내 마스크 착용이 막 의무화됐던 2020년 3월, 박씨는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마스크를 안 쓴 승객에게 착용 의무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승객이 박씨에게 욕 세례를 퍼부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가령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우는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을 건들지 못해 제압이 어렵다. 경찰이 올 때까지 승객이 도망가지 못하게 유도하거나 CCTV가 있는 곳에서 당시 상황이 담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전부”라며 “신분증 녹음기도 좋지만 직원들의 보호를 위해 승객들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