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유나 양 사건 이후 ‘비속살해’ 문제 재점화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증가세
“자녀 생사여탈권 부모에게 있다는 관념 바꿔야”
‘비속살해’에 관대한 사회…처벌도 솜방망이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조유나 양 일가족 사망 사고가 투자 실패에 따른 부모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양의 죽음을 ‘동반자살’로 포장하지 말고, 부모에 의한 ‘비속(卑屬)살해’로 보고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광주 남부경찰서는 조양의 부모 조모(36)·이모(34) 씨가 인터넷에 ‘수면제’, ‘방파제 추락 충격’ 등을 검색한 사실이 있고, 타살이나 사고 정황이 없는 점을 고려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사건으로 시민사회에서는 부모에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희생당하는 아이들에 대해 ‘동반자살’로 볼 것이 아니라 ‘비속살해’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2016년 36건 ▷2017년 38건 ▷2018년 28건 ▷2019년 42건 ▷2020년 43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사실상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동의 생존권을 봉쇄하고 제압해 살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속살해의 경우 경제적 이유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 경제난일 때 발생 빈도가 높다”며 “현재 전세계적인 경제난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비속살해 예방을 위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도 “자녀 살해 후 자살은 행위자인 부모가 사망한 경우가 많고, 자녀 살해 후 자살 시도의 경우도 아동학대로 규정하는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신고되거나 보호기관에 연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관련 대책이 아동학대 대책에 포함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연계를 통해 위기가정을 찾아내고, 가정의 위기가 감지돼을 때 아동 살해 의도가 있는지 추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담 등 실질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해 비속살해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한 경우에는 ‘존속살해’로 가중 처벌을 받지만, 비속살해의 경우에는 살인죄와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
지난 24일 법원은 경제적 이유로 발달장애 20대 친딸을 살해한 50대 친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지난 17일에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7세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아이가 영아라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현행 형법에서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 살해·유기죄에 비해 형을 감경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려 한 친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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