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개 기업 핵심부품 개발 동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심장’ 엔진 생산
KAI, 공정설계 등 발사체 총조립 수행
현대중공업, 나로·누리호 발사대 제작
한국형발사체(KSLV-II) 누리호가 2차 발사 끝에 공식적으로 완벽히 성공하면서 제작에 참여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체 기술력으로 우주 발사체 전주기(개발·제작·발사)를 완성할 수 있는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누리호 성공을 발판 삼아 국가 주도로 이어오던 우주산업 또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누리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설계를 맡고 300여개 기업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이들 산업체는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기술, 인력, 인프라 등을 지속 투자해 누리호 총 사업비의 약 80%에 달하는 약 1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으로 통하는 엔진을 생산했다. 경남 창원 공장에서 6기의 부품인 터보펌프와 밸브류 제작을 비롯해 조립을 담당했다. 누리호는 3개의 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가 탑재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성공적 발사를 위해 30여년 수행한 가스터빈 엔진 조립 프로세스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실제와 동일한 형상의 실엔진 수십여기를 조립하며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누리호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KAI는 발사체 총조립을 맡았다. 2014년부터 한국형발사체 체계총조립 부문에 참여해 조립설계, 공정설계, 조립 치공구설계 및 제작, 품질보증 총조립 및 시험지원 등을 수행했다. 또한 누리호의 핵심 구성품인 1단 추진제탱크인 산화제탱크와 연료탱크의 제작을 맡아 누리호의 비행모델(FM) 1호기~3호기까지 제작 완료했다.
현대중공업은 나로호 제1발사대부터 누리호 1·2차 발사에 쓰인 발사대를 고흥나로우주센테에서 제작했다. 제2발사대의 토목, 건축 등 기반시설 공사부터 발사대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하고 발사운용까지 수행했다. 길이 47.2m에 무게 200t의 누리호를 위한 제2발사대는 지하 3층구조에 연면적 6000㎡에 달한다. 누리호의 2단과 3단에 액체연료를 주입하기 위해 1차 발사대와 달리 2차 발사대에는 46m 높이의 철골구조물 엄빌리칼 타워도 추가됐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 및 추진공급계 시험설비 등을 구축하며 누리호 성공에 힘을 보탰다. 이외에도 주요 30여개 기업에서 총 500여명의 인력이 핵심부품 개발과 제작을 수행하는 등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상제어시스템을 개발한 유콘시스템 등 6곳은 체계 종합 부문을 담당했고, 에스엔에이치·비츠로넥스텍 등 9곳은 연소기·가스발생기·점화기 등 추진기관 및 엔진 제작을 맡았다.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집약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우주발사체 전주기를 완성해낸 만큼 우주산업 생태계의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향후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상용 발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12년 3개월 기간 동안 1조9500억원에 이르는 시간과 예산 그리고 인력을 투자했던 만큼 참여 기업들은 성공에 대한 보람과 향후 우주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누리호 엔진 제작을 총괄한 남형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전무는 “발사 전부터 누리호 성공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에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3차 발사 엔진은 이미 제작해 나로우주센터로 보냈고 현재 4차 엔진을 제작 중으로 남은 4번 발사 모두 완벽히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뉴 스페이스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이제는 민간 주도로 체계종합업체 기반이 형성돼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해서 우주강국 건설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KAI 측도 “민간산업체가 뉴스페이스를 통해 성공하려면 저비용, 고성능의 우주발사체 제작 및 발사서비스 시장진입이라는 신사업 먹거리의 발굴이 필요하다”며 “누리호의 후속사업인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과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연계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민간산업체에 대한 지원과 발사 수요 창출이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도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기술력 향상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내년 3월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 준비도 갖춰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차 발사 엔진을 이미 제작해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보냈고 4차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KAI도 누리호 3호기의 총 조립을 마치고 양산형 4기 제작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항우연으로부터 설계, 제작, 시험, 발사운용에 이르는 우주발사체 전주기의 기술을 이전 받고 시스템 총괄과 제작 나아가 발사서비스 공동 운영을 통해 우주발사체의 기술 성숙도를 높일 예정이다. 주소현·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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