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케이블방송 ‘불법파견’ 의혹 제기

방송사 회장, 하청직원 사직권고 등 경영 관여

“케이블시대 갔다, 소주 못살 정도” 직원에 토로도

“대표 아닌 회장 업무지시…측근 농사 동원도”

하청업체들, 방송사 회장 아들들 ‘족벌 경영’ 논란도

사측 “파견 아닌 도급관계…대표이사가 경영”

A회장이 창립한 경기 지역 B케이블방송사와 도급관계인 C업체 직원들이 방송사 A회장 측근의 지시로 농사일에 동원돼 작업하고 있다. [독자 제공]
A회장이 창립한 경기 지역 B케이블방송사와 도급관계인 C업체 직원들이 방송사 A회장 측근의 지시로 농사일에 동원돼 작업하고 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경기 지역 한 케이블방송사가 불법 파견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사를 설립한 A회장이 케이블 설치업무 등을 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사직을 종용하고 김장농사에 이들을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경기 지역 B케이블방송사의 창립자이자 주요 주주 중 한 명인 A회장은 도급관계에 있는 한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경영난”을 언급하며 사직 권고 등 불법 파견 정황이 의심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A회장은 2020년 6월께 경기 성남 모처에서 원청인 B방송사의 하청사인 C업체 직원들을 만나 “코로나로 연말까지 예상 적자폭이 ○○억(원) 예상된다. (대응을 위해) 50%는 일하고 50%는 무급 휴가 가라” “회사가 어려우니 다니면서 딴 데 알아보고 관둘 사람은 사직서를 쓰라”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이날 A회장은 “(직원 반이) 한 달 쉬고, 반은 일하는 식으로 하면 그동안 다른 걸 하려는데 직장에 매여 있던 분들에게 사업 구상이나 좋은 직장으로 갈 기회가 부여된다”며 자신이 언급한 제안의 장점을 설득했다. 이어 “지금 케이블TV 시대가 다 갔다”며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오늘 소주를 사주고 싶은데 소주 살 돈이 없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A회장이 창립한 경기 지역의 B케이블방송사와 도급관계인 C업체 직원들이 방송사 A회장 측근의 지시로 농사일에 동원돼 작업하고 있다. [독자 제공]
A회장이 창립한 경기 지역의 B케이블방송사와 도급관계인 C업체 직원들이 방송사 A회장 측근의 지시로 농사일에 동원돼 작업하고 있다. [독자 제공]

도급관계인 C·D·E업체와 B방송사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 측은 B방송사가 회장 본인과 자녀들의 배만 불리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C·D·E업체는 모두 A회장의 아들들이 대표로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도 이 업체들이 대주주의 친족 등이 경영하는 기타특수관계회사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달 파업에 돌입한 한국노총 소속 B방송사지부 측은 “A회장이 아들들 회사의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며 오랜 기간 불법 파견을 해왔다”며 “우리는 A회장 지시대로 일하지만 B방송은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 사실상 4년간 임금이 동결, 주 52시간 핑계로 주말근무도 사라져 임금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B방송사지부장은 “4~5년 전부터 시작된 측근을 통한 회장의 압박과 임금 동결로 C업체 직원의 절반 정도가 그만둔 상태”라며 “회장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임금 삭감과 사표를 종용하다 결국 C업체 직원 전부가 사표를 내자 ‘없던 일로 하자’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방송사 관계자는 이 같은 족벌경영 논란에 대해 “2000년대 초반에는 특수관계 아닌 사람들이 하청업체들의 대표로서 도급계약을 해오다가 대표들이 도망가거나 그만두는 일이 있었다”며 “남은 직원들의 고용승계와 경영안정화를 위해 B방송사 대표 형제들이 불가피하게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2019년 A회장 측근의 김장농사를 위해 C업체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은 “회사 인근 비닐하우스 등에서 잡초 제거·밭일·청소를 하고 일부 직원은 김장에 동원됐다”며 “A회장도 직접 와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A회장 측근이 사실상 지시를 했는데 거부할 수 없었다. 회장도 이를 묵인하다 ‘내 자식을 왜 농사시키냐’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멈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해 B방송사 관계자는 “C업체 등과는 파견이 아닌 도급관계이며 회사가 경영난과 업계 변화로 적자가 많아 임금인상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A회장은 경영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일종의 명예직이며, 대표이사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농사에 동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확인이 안 된다”고 답했다. 헤럴드경제는 A회장의 입장을 직접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