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코로나’ 외에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친환경과 맥락을 같이하는 ‘탈탄소, 탄소중립,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의 단어다. 특히 SDGs는 전문용어임에도 지난해 일본 민간 업체가 선정하는 주요 유행어 30개 안에 들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난 2020년 10월 일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2050년까지 일본의 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인 제로로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존의 80% 삭감보다 더 대담한 목표로 대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구온난화대책 계획 개정을 통해 2030년까지 2013년 온실가스의 46% 삭감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이 친환경을 계기로 기업 내 혁신을 꾀하면서 대대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암모니아라는 대체 연료에 관한 기업의 움직임이다. 수소와 질소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수소와 비슷한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미국 비료용 암모니아 생산회사와 합작 회사를 만들어 2027년까지 미국에서 연료용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연간 80만~100만t으로, 세계 최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이 연계해 암모니아 공급망을 만들고 아시아의 발전소, 공장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IHI는 최근에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비축할 수 있는 세계 최대급의 탱크를 내년부터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와 관련된 기업들의 움직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최근 탈탄소를 위한 20조엔 규모의 신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10년에 걸쳐 차세대 송전망, 에너지절감형 주택 등 관련 기업과 가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2023년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여 탈탄소로 사용 용도를 한정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경제이행채권’의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탈탄소 사회로의 이전을 위해서 2030년 시점에서 1년간 약 17조엔, 향후 10년간 150조엔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정부와 기업 차원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사에서 외부적인 자극을 통해서 내부적인 혁신을 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1853년 페리 제독의 일본 상륙을 계기로 ‘메이지유신’(1868년)이라는 일본 근대화의 움직임이 일어난 바 있다. 이번에는 ‘친환경’이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일본 기업들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본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 일본이 방향을 만들고 목표를 정하여 꾸준히 나아갈 때 장기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가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은 친환경이라는 큰 목표를 만들고 한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이 2030년, 2050년 친환경의 목표를 정한 대로 달성해나갈 수 있을지, 이를 계기로 어떠한 산업적인 변화가 수반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김경미 코트라 도쿄무역관 부관장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