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자율주행 전기동력차로 대변되는 미래형 자동차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 회복지연에도 친환경차시장은 각국의 보조금 지급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온실가스 규제와 보조금 확대 등 친환경차 보급 촉진을 위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과 자국 내 생산기반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해 2035년에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국경탄소조정제도 도입을 포함한 ‘핏 포(Fit for) 55’를, 미국은 전동차비율을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0%로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지난해 8월에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2035년 유럽을 시작으로 2040년 주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동화 차량으로만 구성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국내 신규 등록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수급난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차용 부품사업 분야조차 매출액 비중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아직 미래차 생산 대수가 적다보니 관련 부품시장에 참여하고 싶어도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친환경차 등 미래차 육성 위주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연기관 관련 부품업체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한계기업으로 인식되면서 대출 상환 요구를 받거나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환경·자율주행 소재·부품 신시장을 선점하고, 일자리와 생산기반을 유지·확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으나 내연기관 부품을 제조하는 많은 부품업체는 역량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부품기업들이 미래차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하이브리드차가 선순환고리 역할을 하도록 개소세 및 취득세 감면 등의 세제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하이브리드차가 전주기 관점에서 전기차와 유사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실현하면서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을 함께 사용해 교두보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내연기관을 고효율·초저배기·엔진전동화 그리고 대체연료 등을 통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내연기관이 지원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완만한 연착륙이 이뤄지지 않으면 많은 부품업체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자칫하다간 국내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향후 친환경차의 생산증가에 대비해 사업전환을 희망하는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업체들이 친환경차 부품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자동차 부품 공급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적으로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품업체의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연구개발(R&D) 지원, 인력 양성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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