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1. 제조업 A사는 업황 및 트렌드 변화에 신속 대응할 필요가 있어 예측하지 못한 집중근로가 종종 발생하는데, 1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유 입증자료 및 개별 근로자의 동의 확보 등 준비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신제품 출시시기를 맞추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2. 건축설계업 B사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많고 고객 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예상치 못한 집중근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탄력·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이 짧아 근로시간 제약으로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할까 늘 우려하고 있다.
경제의 디지털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1950년대 만들어진 낡은 근로시간 법제 때문에 기업들이 현장에서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제시한 개선안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제도 도입 ▷재량근로시간제 개선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등 5가지다.
지난해 재택·원격 근무를 한 임금 노동자 수는 114만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의 9만5000명에 비해 12배 많았다.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한 임금 노동자도 2019년 74만6000명에서 지난해 105만5000명으로 2년새 41.4% 증가했다.
전경련은 “현행 근로시간제는 1950년대의 집단적·획일적 공장 근로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며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별적이고 다양한 근로 형태를 규율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연장 근로시간을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했지만, 미국은 제한이 없고 일본과 독일 등 주요국은 월 혹은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은 “근로시간 제약으로 인해 실제 산업현장에서 여러 변수에 대응하는 데 애로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근로시간제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과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각각 최대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최대 6개월인데 비해 일본·독일·영국은 1년이고 프랑스는 3년에 달한다.
여기에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과반수 노조 등 전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한데 대상 업무와 무관한 근로자들의 반대가 있을 경우 제도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직무·부서 단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할 수 있도록 절차 개선 필요성도 따르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는 신기술·신상품 연구개발을 하거나 경영 상 사정 또는 업무 특성 상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도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 제도 관련, 일정 소득 수준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주52시간제, 초과근로 가산임금 지급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생산성을 저해하고 업무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량근로시간제 개선에 대해 전경련은 “일본과 같이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업무의 범위를 기획, 분석, 홍보 등으로까지 확대해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고 초과노동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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