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6개 경제단체장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만나 규제 개선과 세제 지원 등을 요청한 것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필요성도 재차 제기했다. 경제부총리에게 경제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만남에서 이 부회장 사면 요구가 규제 완화 등과 한 테이블에 오를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발됐던 이 부회장 사면이 윤석열 정부 초기에 실현될지 주목된다.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해외 출입국에 제한을 받는 등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규제와 세제 개혁 ▷고물가 우려 ▷중대재해처벌법 ▷노동 개혁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진 가운데 이 부회장 사면도 요구된 것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이 손 회장이 제기한 의견에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에 손 회장이 사실상 경제계를 대표해 사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그룹이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황에 총수 리더십이 지속 위축될 경우 대규모 M&A(인수합병) 및 신규 사업 진출 등의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은 향후 5년 간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의 사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미래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청년고용을 확대해 8만명을 신규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투자의 80%에 해당하는 360조원이 국내 투자로, 지난 5년 대비 110조원(40%)이 확대됐다. 전체 투자 규모로는 120조원(30%)이 늘었다.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 부회장의 활발한 글로벌 경영이 요구되고 있지만 매번 법원으로부터 재판 불출석 허가를 받아야 해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양국 정상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 때도 이 부회장은 재판 불출석 허가를 받아야 했다.
오는 7~18일 이 부회장이 반도체 장비업체 ASML 관계자를 만나러 네덜란드로 떠나는 일정 역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혐의 공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불출석 허가가 있어 가능했다. 이번 출장 이전까지 이 부회장은 6개월 동안 해외 출장을 떠나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ASML에 EUV(극자외선) 장비를 추가 공급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 부회장이 직접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UV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ASML 본사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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