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불똥 경찰로 튀었나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검토
경찰감독 권한 막강…독립성 훼손
치안정감 승진 예상보다 빨라
의도적 경찰대 출신 견제 해석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고위직 인사 속도마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무리한 추진에 따른 반격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 취임 직후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출범해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권한이 커지게 된 경찰을 통제·감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자문위는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행안부 장관의 사무 항목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1년 경찰법 제정으로 경찰청이 내무부(현재 행안부)의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정부조직법에서 치안에 관한 행안부 장관 권한이 삭제됐는데, 이를 되돌리는 것이다.
행안부는 현재도 경찰청장 등 총경 이상 고위직의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다. 경찰 관리·감독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 위원들의 인사 제청권도 있다. 여기에 행안부 장관 사무로 치안을 못박게 되면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은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향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안부가 치안 관리를 이유로 주요 사건들의 수사 상황이나 경찰이 수집한 예민한 정보들에 대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자문위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찰 조직에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우철문(53)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송정애(59)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54) 경찰청 경비국장, 김광호(58) 울산경찰청장, 박지영(59) 전남경찰청장 등 5명을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7개 자리 중 5명이 교체되게 됐다. 당초 경찰 내부에서는 전례를 고려해 후임 경찰청장 인선이 마무리된 뒤 고위직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경찰청장 후보군부터 물갈이된 것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보직 인사 협의를 거치고 나면 차기 청장 후보군은 더욱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기존 치안정감 7명 중 5명이 경찰대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승진자 5명 중 우 조정관, 윤 국장 2명만 경찰대(모두 7기) 출신이란 사실이다. 앞으로 검·경이 수사권 조정 후속 논의와 검수완박 등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경찰대 출신을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를 경주할 때부터 검수완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강하게 몰아붙인 검수완박의 불똥이 경찰로 튀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추진된 검찰개혁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데 이어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자, 그간 벼르고 있던 검찰이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 통제를 위한 경찰위가 엄연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데도, 윤 대통령의 측근이 장관으로 간 행안부에서 노골적으로 경찰 통제에 나서고 경찰청장 인사에서도 그런 의중이 반영되고 있다”며 “아직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됐는데 앞으로 어떤 정책이 또 나올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경찰청장을 차관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준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며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경찰청장을 임명해 사실상 행정차관으로 두겠다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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