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실험’이 시작됐다. 실험 대상은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이 잘못했다’고 대국민 사과하고 강력한 쇄신을 다짐했다.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의 선언문은 국민 눈높이에 지당한 말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하겠다” “내로남불 오명을 벗겠다” “국민 앞에 솔직한 정치를 하겠다”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을 만들겠다”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 등이다.

박 위원장은 25일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는 “팬덤 눈치 봐서 아무 말 못하는 건 죽은 정치” “극렬 지지층 문자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 등 한층 더 강경한 어조로 끌어올렸다. 그는 “단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당과 정치의 변화를 위하여, 대한민국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라고도 말하였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선언에서 본인이 직접 전국 유세를 돌면서 국민의 쓴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악화하는 민심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26세 정치신인에게는 ‘저쪽이 더 나쁘니까 우리를 찍어주십시오’라고 하는 뻔뻔함은 없었다. 순리대로, 낮은 자세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우리가 변하겠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이를 실현시킬 정치적 경험도, 가진 권력도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비대위원장 임기도 길어야 3개월가량 남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할 경우 비대위 지도부가 총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당 내 거센 비판과 저항에 부딪혔다. 박 위원장이 ‘내부 총질’을 해서 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일 사퇴를 압박해온 일부 강성지지층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고, 강성개혁 성향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직격하였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비대위는 잠시 지도부의 역할을 하는 임시 조직”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고,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3선의 김민석 의원은 “틀린 자세와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이번주 중 지도부와 논의해 내놓겠다고 한 구체적 쇄신안을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도 비판한 이들 모두 박 위원장이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팬덤정치’ ‘86운동권 그룹’과 맞닿아 있는 인물들이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민주당을 위해서도, 극심한 진영 대결 속에 여전히 ‘3류’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박 위원장의 이번 실험은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야 하고, 박지현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이어 받아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들이다. 정치판에 오래 몸담은 국회의원들보다 정치 경험이 짧은 박지현이 국민 눈높이에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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