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옆 참모들 방…백악관 벤치마킹
尹 “참모진 구두 밑창 닳아야” 소통 강조
취재진과 ‘통합’관련 질의응답 이례적
캐나다·사우디 등 사절단 접견 줄줄이…
윤석열 대통령이 문을 연 ‘용산 시대’는 ‘격의 없는 소통’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새로 꾸려진 집무실에 원탁테이블을 놓는가 하면, 집무실 공간 옆에 수석비서관실을 배치해 참모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했다. 권위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집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대통령 참모 업무는 법적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 방에도 격의없이 수시로 와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주고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출퇴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소통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기자실 역시 집무실과 같은 건물인 대통령실 1층에 마련했다. 기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이 대통령 업무공간과 별도로 분리돼 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이날 용산 집무실에 출근하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역사상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이기도 한 윤 대통령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 뭐, 특별한 소감은 없다”며 “일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8시22분 서초동 자택을 나선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까지 출근하는 데에 8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사에 ‘통합’이 빠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건(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빠졌다)”라며 적극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며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를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내달 용산 대통령실 2층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5층에 위치한 보조 집무실을 사용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식을 마치고 이곳에서 ‘1호 결재’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서명했다. 애초 임시로 쓰려던 5층 보조 집무실은 2층 집무실이 완공된 후에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참석, 경축연회 및 외빈 만찬 등 외부 일정이 빽빽했던 취임 첫날과 달리, 이날 대부분의 일정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 출근과 함께 용산청사를 둘러본 뒤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하고 같이 하는 회의는 프리스타일로 편하게 하자”며 “각자 복장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자유롭게 하자”고 했다. 이어 오전에는 집무실 옆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인도네시아 사절단과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절단을 차례로 만났다. 오후에는 여타국 경축사절단과 일본 의원단을 단체접견한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5층 구조는 미국 백악관의 집무동인 ‘웨스트윙’을 벤치마킹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정무, 시민사회, 홍보, 경제, 사회수석실 등 수석비서관실이 같은 층에 자리 잡은 구조다. 비서실장실, 국가안보실장실, 경호처장실 역시 집무실 바로 옆에 나란히 배치됐다.
집무실 안에는 소파 대신 커다란 원탁테이블이 자리했다. 참모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간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1호 결재’를 한 뒤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전원과 원탁에 둘러앉아 오찬으로 전복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이 한공간에서 함께 근무한다”며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참모들의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듯 윤 대통령도 한공간 속에서 참모들과 격의 없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대통령실 청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시종일관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청사 곳곳에는 이삿짐을 싸는 박스와 페인트통, 스티로폼 등 공사 자재들이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흰색의 보호재가 깔려 있었다. 공사 인부들이 수시로 드나드는가 하면, 오전 내내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 대통령실 청사에는 스마트폰에 보안애플리케이션을 깔거나 카메라에 사용 금지 스티커를 붙여야 입장이 가능해 기자들이 출입하는 서문 입구에서 일부 실랑이와 혼잡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