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도 병풍, 경국대전 1~6권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은 3일 정조의 인간미가 드러나는,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편지첩과 ‘신구법천문도 병풍’, 경국대전 1~6권 등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어린 정조가 원손시절 외숙모 여흥민씨에게 보낸 편지
어린 정조가 원손시절 외숙모 여흥민씨에게 보낸 편지
정조는 세손이 되자, 편지글이 길어진다.
정조는 세손이 되자, 편지글이 길어진다.

정조어필 한글편지첩은 정조(1752~1800)가 원손시절부터 세손시절(1759년), 재위시절(1776~1800)에 걸쳐 외숙모 여흥민씨에게 한글로 쓴 편지 14통을 모은 편지첩이다.

원손시절에 쓴 편지와 예찰(睿札, 왕세자 시절 쓴 편지), 어찰(御札, 보위에 오른 후 쓴 편지)에 이르는 글씨 등 시기를 달리해 50여년에 이르는 정조의 한글서체 변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편지는 대부분 계절인사와 외숙모의 안부와 건강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주로 조선정치사 측면에서 평가되어 온 정조에 대해 외가와 관련된 인간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임금이 된 정조의 편지는 좀더 정갈해졌고 품격이 느껴진다.
임금이 된 정조의 편지는 좀더 정갈해졌고 품격이 느껴진다.

‘정조어필 한글편지첩’은 ▷국왕의 일생을 복원할 수 있는 편지를 모았다는 점, ▷왕이 직접 쓴 어필 한글 자료로서 글씨의 흔적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학술자료라는 점,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장첩(粧帖)의 형태가 지닌 예술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조선왕실 문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신구법천문도 병풍(新舊法天文圖 屛風)은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그려진 천문도(구법천문도)와 서양에서부터 도입된 새로운 천문도(신법천문도)를 좌우로 배치해 구성한 것으로, 비단에 채색으로 그려 8폭 병풍으로 제작한 별자리 그림이다. 19세기 후반 서양에서 수입한 합성안료인 짙은 초록색의 양록(洋綠, 에메랄드 그린)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제작시기 역시 이 시기 즈음으로 추정된다.

신구법 천문도 병풍
신구법 천문도 병풍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1·2·3폭은 조선의 대표적인 천문도라 할 수 있는 ‘천상열차분야도(天象列次分野圖)’를 그렸고, 4·5·6·7폭에는 서양의 천문 인식이 담겨져 있는 ‘황도남북양총성도(皇道南北兩總星圖)’를, 8폭에는 일월오성도(日月五星圖)를 배치하였다.

‘신구법천문도’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문도와 1740년(영조 16) 중국을 통해 조선에 전해진 서양의 새로운 천문도가 함께 그려진 것으로, 동서양의 천문 지식이 융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행성(行星)과 위성(衛星), 별자리, 은하(銀河)의 위치와 형상을 통해 천문도를 모사하기 위해 활용된 당시 천문학, 기하학, 수학 등의 과학기술사적 특징과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8세기 중반 서양식 천문도의 조선 전래 이후, 서양의 천문 지식에 전통 천문학이 어떻게 융합되어 표현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비단 바탕에 정교한 필치로 다채로운 채색을 사용한 대형 병풍으로서 품격도 함께 갖추고 있어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

경국대전 권1~2
경국대전 권1~2

조선왕조의 기틀을 담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으로는 권1~2(삼성출판박물관 소장), 권1~3(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권4~6(수원화성박물관 소장) 등 총 3종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번 예고 대상은 현존하는 경국대전 판본 중 인쇄 시기가 앞서고 내용·서지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자료이다.

경국대전은 조선의 통치체제를 규정한 최고의 성문법전. 1455년(세조 즉위) 최항(崔恒)․노사신(盧思愼)․서거정(徐居正) 등에게 편찬할 것을 명해 몇 차례의 수정과 증보를 거쳐, 1471년(성종 2)에 ‘신묘대전’ 간행 후, 1485년(성종 16)에 ‘을사대전(乙巳大典)’이 완성됐다. 완성 이후 조선 시대 동안 기본 법전으로서 조문의 수정 없이 적용되었으며, 당대법제사,제도사의 연구의 핵심이 되는 문헌이다.

경국대전 권1~2는 현존하는 경국대전 판본 중 가장 빠른 것으로, 1471년(성종) 신묘년에 간행된 ‘신묘대전(辛卯大典)’이다. 조선 초 금속활자인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로 인쇄한 권1~2의 이전(吏典)과 호전(戶典)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현존하는 경국대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권1~2에 해당하는 전래본이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고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아울러 이미 보물로 지정된 같은 신묘대전인 ‘경국대전 권3’을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법제사적 가치도 높다.

경국대전 권1∼3과 권4∼6은 모두 1485년(성종 16) 완성된 소위 ‘을사대전’을 바탕으로 16세기에 간행된 초주갑인자혼입보자본(初鑄甲寅字混入補字本)이다. 초주갑인자혼입보자본은 1434 갑인년에 주자소(鑄字所)에서 만든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찍은 판본에 후대에 일부 보완한 글자가 혼합되어 있는 인출본이다.

권1~3의 이전(吏典), 호전(戶典), 예전(禮典), 권4~6의 병전(兵典), 형전(刑典)과 공전(工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두 종이 합쳐 내용상 완질을 이룬다.

‘을사대전’의 판본으로 이보다 더 앞선 사례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며, 이미 보물로 지정된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조선경국전’ 1책과 보물 ‘경국대전 권3’(신묘대전)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된다.

이번 ‘경국대전’ 3종의 지정 예고를 계기로, ‘신묘대전’의 또 다른 실체가 확인됨으로써 조선 법제사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되는 한편, ‘을사대전’의 완질을 이룰 수 있는 자료들이 확인되어 향후 관련 연구에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의 법제사와 금속활자 연구에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매우 귀중한 문헌인 만큼,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관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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