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파운드리 투자 진척 힘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출석 등으로 경영 전면 지휘에 제약이 따르는 가운데, 인텔·TSMC 등 대표적 반도체 경쟁사들은 잇따라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대규모 기업 인수는 최근 5년간 정체된 상태다. 갈수록 거세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 열세로도 이어질 수 있어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사면권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석가탄신일(5월 8일)에 이 부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된 총 다섯번의 사면에서 이 부회장은 항상 제외됐다. 지난해 8월 가석방 후 취업제한에 묶여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등 새 먹거리 투자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2017년부터 받은 재판만 100회를 넘는다. 2017년부터 3년간 83차례 재판을 받았다. 여기에 매주 목요일마다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횟수만 42회다.

지난달부터는 3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도 병행한다. 3주에 한 번꼴로 주 2회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나 사업 투자를 위해 이 부회장이 해외 기업들과 미팅을 하려고 하면 재판 불출석 사유를 밝혀야 하는데, 이 경우 해외 기업과 비공개 만남이 노출돼 사업 논의 속도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더 치열해진 파운드리 경쟁이 문제다. 이미 2019년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관련 사업 속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TSMC는 글로벌 점유율 52.1%로 1위, 삼성전자는 18.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경쟁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TSMC는 올해에만 최대 44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는 280억 달러(약 32조원), 2020년에는 172억 달러(2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해 2030년까지 투자한다고 언급한 171조원의 약 61%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근 3년간 집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스마트폰·가전 사업 등을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오로지 파운드리에만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언한 인텔 역시 무서운 기세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와 외신 등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인텔이 M&A 전략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이기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텔이 2025년 삼성을 넘어 업계 1위를 수성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팅 및 연결성 ▷반도체 설계·제조 등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54억달러(약 6조4700억원) 규모 반도체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한 것도 인텔의 이같은 목표에 따른 사업 투자란 분석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이 대규모 M&A나 투자를 안 하면서 최근 상당히 침체된 인상을 주고 있다”며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미 정치적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됐다면, 이제는 기업 측면에서 이 부회장 역시 사면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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