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파키스탄·이집트 등 IMF 위기 높아져

中 차관 비중 2006년 2%→2020년 18% 커져

IMF·WB 춘계회의에서 개도국 부채해결 우선 논의

1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비서실 앞에서 경제위기 관리에 실패한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낮부터 밤까지 시위자 수천명이 모여 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스리랑카는 식료품, 연료, 의약품, 수입품 부족 등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510억달러 규모 외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EPA]
1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비서실 앞에서 경제위기 관리에 실패한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낮부터 밤까지 시위자 수천명이 모여 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스리랑카는 식료품, 연료, 의약품, 수입품 부족 등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510억달러 규모 외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EPA]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의 부채 상환에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대유행) 이후 막 회복하기 시작한 전세계 경제에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세일라 파카르바시오글루 전략·정책·검토 담당 이사는 18일 워싱턴D.C에서 각국 재무장관과 은행 총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선 개발도상국의 부채 해결을 위한 프레임워크 확대 방안 마련이 G20(주요20개국) 주요 경제에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파카르바시오루 이사는 저널에 IMF는 현 단계에서 전세계 부채 위기를 예측하고 있지 않지만 “매우 우려하는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스리랑카는 이날부터 최대 40억달러 확보를 목표로 IMF와 구체금융 협상에 돌입한다. 스리랑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의약품과 취사용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컨센서스이코노믹스(CEIC)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2월 연간 인플레이션은 17.5% 치솟았다. 올해 상환해야할 부채는 70억달러(8조 6065억원)이며 이 중 7월에만 10억달러(1조 2300억원)를 갚아야한다.

스리랑카 외에도 파키스탄,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이 수입물가 급등과 사상 최대 수준의 부채와 싸우고 있다.

[자료 = IMF]
[자료 = IMF]

파키스탄은 3월 소비자물가가 12.7% 급등한 뒤로 경제위기의 책임을 물어 지난 10일 의회가 현직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현직 총리가 축출된 건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처음이다.

이집트는 팬데믹 이후 여행 부문이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외국인투자가 빠져나가고 높은 물가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3월에 자국 통화 가치를 14% 절하했다. 이미 이라크가 IMF로부터 빌린 돈은 2016년 이후 200억달러(24조 5800억원)에 달해 1980년대 이래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튀니지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설탕, 밀가루 등 생필품 공급이 달리고,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 지급이 밀리고 있다. 튀니지아 정부는 지난달 WB로부터 4억달러를 빌렸으며, IMF 구제금융을 희망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이처럼 저소득 국가의 약 60%가 2020년에 채무곤경(debt distress)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15년 30%에서 두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채무곤경은 해당 국가 정부가 금융 의무를 이행할 수 없거나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해외 채권 노출 위험이 커졌다. 빚이 많은 73개 저소득 국가의 부채 중 중국 차관 비중은 2020년 18%로, 2006년 2%에서 9배 가량 수준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민간 부문 부채 중 중국 비중 역시 3%에서 11%로 늘었다.

반면 부유한 선진국가 중심으로 발족한 채권국가 모임인 ‘파리클럽’ 비중은 83%에서 58%로 낮아졌다.

한편 팬데믹 극복을 위해 각국이 돈을 풀면서 정부, 기업, 가계 부채를 아우른 전세계 부채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256% 규모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최고 수준이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