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의 UN 가입에 불안 느껴” 당시 정황 드러나
北 “UN연설 때 가입문제 거론하지 말아달라” 요청도
국제사회 “통일 전 유엔가입, 통일 방해하지 않는다”
한-소 수교·中의 변화 배경에 결국 北 ‘동시가입’ 천명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엔 내의 북한 지지 비동맹 그룹의 최근 동향에 비춰 북한은 한국의 유엔 가입을 저지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없어졌다”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돼온 숙원인 유엔 가입을 위한 한국과 ‘통일된 하나의 조선’으로 유엔에 가입해야 한다는 북한의 외교전이 치열한 가운데, 비동맹국들의 입장이 한국으로 기우는 순간이 드러난 알제리 측의 평가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우려해 1991년 5월 27일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동시가입으로 선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치열한 외교전 끝에 분단 46년만인 1991년 9월 18일 각기 독립된 국가의 자격으로 남북 유엔 동시가입 등이 담긴 30년 경과 외교문서 2466권(40만5000쪽 분량)을 원문해제 요약본과 함께 15일 일반에 공개했다.
한국의 유엔 가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부결됐다.
이에 외교부는 한국에 부정적인 소련과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안보리보다 특정국가의 거부권이 없어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는 유엔총회에서 결의안 제출을 검토했다.
외교부가 자체 분석한 유엔총회에 결의안을 제출할 경우 예상 판세에 따르면 안보리 이사국 중에서는 소련과 남예멘, 루마니아가 ‘불확실’, 중국과 쿠바, 에티오피아가 ‘반대’로 예상됐다.
이밖에 라오스, 베트남, 알제리, 동독 등도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남북한의 전방위 지지 교섭이 이뤄졌다. 북한 측은 캐나다 유엔대사를 면담했고, 캐나다 정부는 북측에 “유엔 측의 보편성 원칙을 지지하며 남북한 동시가입이든, 한국만의 단독가입이든 한국의 유엔 가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북한 측이 유엔 가입 문제에 관해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측이 접촉한 노르웨이측은 “유엔의 보편성 원칙에 따라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북한이 왜 유엔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란 측은 “북한이 한국의 유엔 가입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북측은 이란이 유엔 연설할 때 가입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독자적으로 유엔 가입을 신청하는 경우 북한도 즉시 가입 신청할 것”이라는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사회는 독일과 예멘 사례를 들어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예멘은 한국 정부에 “남북 예멘의 유엔 동시가입이 통일 교섭에 도움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남북 예멘의 개별적 유엔 가입은 남북 예멘으로 하여금 경제원조를 보다 많이 받는 데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북한과 전방위 외교전에서도 ‘힘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1990년 9월 30일 한·소련 수교의 배경과 더불어 1991년 5월 방북한 리펑 당시 중국 총리는 북측에 “한국의 유엔 가입 신청에 더는 반대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한국이 단독가입에 성공한 뒤에는 북이 가입하려 해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우호적인 두 나라가 돌아서자 북한은 1991년 5월 27일 유엔 분리가입 방침을 처음 밝혔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남조선 당국자들에 의하여 조성된 일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써 현 단계에서 유엔에 가입하는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외교력이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불가리아는 북한의 태도 변화 배경에 대해 “소련의 한국의 유엔 가입에 관한 입장 지지와 중국의 한국 입장 지지 태도가 배경이 됐을 것”이라며 “한국의 유엔 가입에 관한 입장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다는 점도 배경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공개목록과 외교사료해제집 책자는 주요 연구기관·도서관에 배포되며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문은 외교사료관을 방문하면 열람할 수 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외교문서 공개 규칙 따라 30년이 경과된 외교문서에 대한 검토를 거쳐 공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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