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0년으로 본 양국경제
한국, 상품분야 흑자폭 확대
미국은 서비스 분야 강점으로
반도체·석유부분 밸류체인 강화
투자확대로 생산·판매망도 확대
새 정부선 동맹 더 공고해질듯
발효 10년째를 맞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양국 간 동맹 효과가 군사·안보 분야에서 경제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으로 신냉전 체제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대(對)미국 통상·무역 분야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통해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 협상 1년여 만에 타결됐다. 재협상과 국내 비중 절차를 걸쳐 5년 9개월 만인 2012년 3월 15일 발효됐다. 올해 발표 10년 차를 맞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은 전체 품목 1만1261개 중 98.4%, 미국은 1만505개 중 99.2%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상품이 관세 없이 한국과 미국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한미 FTA의 최대 장점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와 서비스 중심의 미국 경제를 사실상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는다는 점이다. 특히 양국 무역구조는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FTA 체결로 한국은 대미 상품 무역 흑자가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21년 227억 달러로 2배 가량 증가했고, 미국의 대 한국 서비스 흑자는 2011년 80억 달러에서 2019년 125억 달러로 증가했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제조장비와 원천기술을 조달해 반도체를 생산한 후 이를 다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대미 반도체 수출은 FTA 발표 전 26억 달러에서 2021년 94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조달한 반도체 장비 규모는 16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증가했다.
초미세공정의 핵심인 EUV 노광장비에 미국의 동맹국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대만과 더불어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무역 수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2017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대미 원유 수입은 전무한 수준에서 84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대 이란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로 국내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투자 부문 역시 양국 간 윈-윈(Win-Win)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국적국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지역 1위 모두 미국이다.
미국으로부터 유치한 FDI는 FTA 발효 이후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해 50억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특히 최근 들어 넷플릭스를 필두로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OTT) 기업의 국내 콘텐츠 투자가 활발하다. 이는 K-콘텐츠의 위상 강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 투자로 미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내에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했다. 한국의 대미 누적 투자 금액은 2011년 197억 달러에서 2020년 624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대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 ▷현대자동차 그룹의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투자 ▷LG전자 테네시 공장 투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미중 경쟁 시대 미국 정부가 동맹국 기반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한미FTA는 그 기초가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작성된 공급망보고서에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고 한국을 주요 대상으로 거론했다. 다만 미국정부가 한국에 대해 높은 수준의 수입규제조치를 적용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한국을 대상으로 개시한 수입규제 조사는 총 49건으로 중국(162건)과 인도(52건) 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철강 제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32조 고율관세를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수출 쿼터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미 FTA는 지난 10년 간 한국과 미국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의 효과를 가져왔고 한미 동맹을 경제 영역을 확대했다”면서 “향후에는 디지털 경제, 기후 변화 등 현행 FTA 규범에서 다루지 않는 새로운 의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이슈를 포함해 미국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경제협력체제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새로운 정부에 대한 과제도 제시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