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늘어 은행 사상최고 실적

수익성 격차에 제조업 허탈감

지난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은행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 한 곳이 벌어들인 수익이 전세계 생활가전 1위업체인 LG전자 수준에 달할 정도다. 국민연금 대표소송 등 규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체들은 금융회사와 더 벌어지는 수익성 격차로 허탈감까지 동시에 느끼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3조6000억원이다. 전년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신한금융그룹의 영업이익은 6조원에 육박했다. KB국민은행의 작년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12% 상승한 것으로, KB금융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6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과 TV판매 호조에 힘입어 74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3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률(매출대비)이 13~15%에 달하는 이들 은행에 비해 LG전자는 이익률이 5%대에 그치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LG전자보다 2조원 가량 많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제로수준으로 빠르게 떨어지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거뒀다.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이자율도 내려가지만, 대출총량이 늘고 비용성격의 예·적금이자도 함께 떨어져 결과적으로 순이자마진을 끌어올린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완화적 통화환경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가기보다는 금융회사의 조달환경만 우호적으로 조성, 실물·금융의 괴리를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전세계 공통으로 제기된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정부가 대출 규제에 본격 나선 것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이자마진율은 더 날개를 달았다.

금융회사들이 초저금리에 수혜를 입었다면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상승으로 타격을 입었다. LG전자의 경우 한국, 중국, 태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해 항공, 선박 등을 이용해 글로벌 각지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내수 비중이 50% 이상인 월풀보다 운임비 변동에 더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약 2조2000억원)은 월풀(약 2조7000억원)보다 다소 낮았다.

신한·국민 두 은행의 영업이익은 양대 화학회사로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합산 실적도 웃돌았다. LG화학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재료비 상승, 배터리 리콜 등의 이슈에도 전년대비 180% 증가한 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케미칼 역시 같은 기간 330% 증가한 1조5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달성했다.

두 은행은 작년 정제마진 개선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이 크게 반등한 정유 4사(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Oil) 영업이익도 앞섰다. 4사의 작년 합산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 수준이다. 또 재계 서열 9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전체 영업이익(1조1000억원)과 비교해도 여섯배 이상 높다. 뿐만 아니라 이는 삼성전자 이익의 14%에 해당되며, SK하이닉스의 57%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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