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책 공모 참여 18건 뿐…정책 활용 못해
국회 입법조사처, 91건 접수…입법에 활용 중
‘국민청원’과 유사한 ‘주민조례청구’ 참여 부족
전문가, ‘하향식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계’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시의회가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민 참여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에서는 이를 두고 ‘홍보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전문가는 “대통령제 기반의 우리나라 정치 환경의 한계”라고 했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입법정책관에서 ‘입법정책 과제 아이디어’ 시민 공모를 받고 있으나 그 사례와 참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의회에 최종 접수된 시민 입법 아이디어는 18건 뿐이었다. 그나마 접수된 아이디어들은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시의회 내부에서만 공유됐을 뿐 조례제정 등 입법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시의회는 7일부터 ‘2022년 의회 입법정책 연구과제 아이디어 시민공모’를 진행 중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경우 최근 7년간 입법 정책 제안대회를 진행했는데, 연평균 100건 이상의 시민 제안 입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경우 2019년 174건, 2020년 138건, 지난해 기준 91건의 ‘시민 입법 및 정책 제안’이 접수됐으며 이 제안대회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직접 입법에 활용 중이다.
시의회는 올해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유사한 ‘주민조례청구’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역시 참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조례청구란 해당 지역 주민이 조례를 직접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청구인 대표자가 대면·비대면으로 서명을 받아야 지방의회에서 심의가 진행된다.
다만 해당 내용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e직접’ 사이트 확인 결과, 서명 참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날 기준 서울시에서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조례는 901명이 참여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였는데 이는 서울시의 경우 주민조례청구 서명 성립 기준인 2만5000명에 미달한다. 시의회에 따르면 5년간 주민조례청구 서명 성립 기준을 충족한 사안은 없었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비교하면 이 간극은 더 커진다. 국회의 경우 서명자 5만명이 되는 경우 청원이 성립된다. 이날 기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에관한 청원’은 3만6366명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 시의회는 시민 참여 독려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민 참여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며 “그럼에도 정책 입법 아이디어 공모, 주민조례청구에 대한 홍보를 늘려 지역 주민이 삶의 현장에서 자치분권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의회는 조례를 개정하는 등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시의회에서 의결된 ‘서울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는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주민조례발안을 활성화한다는 지방자치법 개정 취지에 맞게 주민조례청구권자 수를 8만명에서 2만5000명 이상으로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는 우리나라 정치 환경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 기반의 정치 환경에서 국민이 인지하는 기관의 인지도와 중요성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국회·시의회·구의회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의 수도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하향식으로 지방자치가 이뤄진 우리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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