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징역1년·집행유예2년…1·2심 무죄 뒤집혀

재판부 “역사적 기록물 무단 파기해 결코 죄가 가볍지 않아”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삭제 관여도 인정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연합]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배형원)는 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를 받는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의 파기환송심에서 각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 법에 따라 당연히 생성 보존돼 후세에 전달될 역사적 기록물 무단으로 파기해 결코 죄가 가볍지 않다”며 “회의록이 역사적 보존가치가 크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하던 과정에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아 큰 불편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의록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국정원에도 회의록이 보존돼 회의 내용을 확인 가능하다”고 참작했다.

재판부는 삭제된 대화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인정했다. 앞선 1·2심에서는 관련 회의록을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1일 회의록을 확인한 후 문서관리카드로 생성 결재했다”며 “회의록에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를 공문서로서 성립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대화록 삭제 관여 부분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명균은) 이사건 문서 관리 카드가 삭제된 후 노 전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해 메모보고를 작성했고 이지원(청와대 전자문서관리시스템)에 등록했다”며 “통일외교안보실장이던 백종천과 상의를 거쳐 삭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백 전 실장에 대해서도 “회의록 작성 및 보고 업무에 처음부터 관여했고 노 전 대통령 당부 사항에는 수석실장이 모두 꼼꼼하게 검토하라고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조명균 전 안보비서관은 선고 후 “판결문 받아본 뒤 내용을 검토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 한 뒤 법정을 나섰다.

백 전 안보실장과 조 전 안보비서관은 1·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판결을 받게 됐다. 1·2심 재판부는 삭제된 회의록 파일은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었고, 문서관리카드에 수록된 정보들은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등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도 해당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백 전 안보실장과 조 전 안보비서관은 2007년 10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파기한 혐의로 2013년 11월 기소됐다.


dingdong@heraldcorp.com